봄울밴드

11화 우리가 몰랐던 이름

by 봄울

댓글은
어느 날 갑자기 달라졌다.


칭찬도, 질문도 아닌
이미 알고 있는 얼굴들이
말을 건네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은찬의 화면에
가장 먼저 뜬 문장은 이것이었다.


“드럼 치는 애 자폐아인데?”


은찬은 그 문장을 세 번 읽었다.

처음엔 리듬처럼 보였다.

두 번째엔 소음처럼 느껴졌다.

세 번째엔 손이 멈췄다.

드럼 스틱을 쥔 손이
아무 이유 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민서는 알림을 눌렀다가
곧바로 화면을 껐다.

하지만 이미
눈에 들어와 버린 문장이 있었다.


“저 손, 화상 입은 거잖아.”
“징그러워.”
“아직도 숨기고 다니네.”


민서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가슴 쪽으로 끌어당겼다.

장갑을 끼지 않은 손이
오히려 더 아프게 느껴졌다.


루이는 조용히 웃고 있었다.

웃는 얼굴이 습관처럼 먼저 나왔다.

하지만 화면 속 글은 도망갈 틈을 주지 않았다.


“혼혈 주제에.”
“피 섞인 애가 노래를?”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루이는 고개를 숙였다.

여기가 어디인지 알면서도
그 말은 늘 같은 자리를 찔렀다.


유셉의 화면에는
짧고 날카로운 문장이 남아 있었다.


“아랍인이 무슨 크리스천이야.”


유셉은 그 문장을
삭제하지도, 답하지도 않았다.

다만 기타 줄 위에 손을 올려두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리고 하나의 화면.

짧은 영상 아래 가장 아래에 남겨진 말.


“말 못하는 벙어리.”


하나는 글자를 다 읽지 못했다.

하지만 방 안의 공기가
갑자기 무거워졌다는 건 알았다.


모두가 조금씩 조용해졌기 때문이다.

그날 아이들은 처음으로 알았다.

각자의 상처가 각자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걸.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처음 보는 사람이 되었다는 걸.




선생님은 아이들이 떠난 음악실에
혼자 남아 있었다.

열린 노트북 화면에
아이들의 이름이 남아 있었다.

선생님은 그 글들을 하나씩 읽었다.


읽고, 멈추고, 다시 읽었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였다.


“하나님…”


기도는 천천히 나왔다.


“제가 뭘 할 수 있을까요.”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이 아이들이 너무 자랑스러워서
밴드를 하자고 말했는데…
제가 더 상처를 열어버린 건 아닐까요.”


잠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저는 이 아이들 앞에 어떻게 서야 할까요.”


기도는 답을 재촉하지 않았다.

그저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렀다.


그날 밤,
봄울학교는 여전히 조용했다.

하지만 아이들 사이에는
이전과 다른 침묵이 있었다.

모른 척할 수 없는 침묵.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침묵.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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