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상처가 남긴 자리
길지 않았고,
감정도 과하지 않았다.
다만 눈에 잘 띄는 문장이었다.
아이들이 공격받은 댓글 아래마다 이런 글이 생겼다.
그래서 뭐요?
유셉은 그 문장을 한참 바라봤다.
공격도 아니고, 변명도 아니고,
누군가를 깎아내리는 말도 아니었다.
그저 선을 하나 긋는 말 같았다.
조금 뒤,
새로운 댓글 문장이 이어졌다.
나는 어릴 때
너희들처럼 씩씩하지 못했어.
나는 숨었고,
조용히 사라지는 쪽을 선택했거든.
근데 지금 보니까,
너희는 숨지 않더라.
포기하지 않고,
싸우지도 않고,
그냥 자기 길을 걷고 있더라.
루이는 화면을 보다가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은찬은 드럼 스틱을 내려놓았고,
민서는 장갑을 벗은 손으로 마우스를 쥐었다.
댓글은 계속 이어졌다.
상처가 있다는 건
부서졌다는 뜻이 아니야.
어마어마해질 재료를
이미 가지고 있다는 뜻이지.
그러니까,
노래하고, 연주해. 웃어.
딱 지금처럼.
그리고 언젠가
너희 이야기로 노래가 나오면 좋겠다.
나는 그 노래를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아.
음악실은 조용했다.
누구도 바로 말을 하지 않았다.
민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이야기로…
노래를 만들라는 거지?”
은찬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자폐 얘기도 들어가?”
루이가 말했다.
“돌아가라는 말도?”
유셉은 기타를 천천히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마도 다 들어가겠지.”
하나는 종이를 꺼냈다.
이번엔 급하지 않았다.
천천히, 한 줄만 적었다.
“그럼 우리가 쓰면 되잖아.”
그 말에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선생님은 그날도 문 밖에 있었다.
이번에는 울지 않았다.
다만 가만히 웃었다.
“그래…
이제는 내가 가르칠 차례가 아니구나.”
그날 이후,
봄울밴드는 작사를 시작했다.
잘 쓰려고 하지 않았고,
멋있게 포장하지도 않았다.
그냥 자기 이야기부터 적었다.
누군가는
멈추지 못했던 소리를,
누군가는
숨기고 싶었던 손을,
누군가는
이름보다 먼저 불리던 피부색을,
누군가는
말보다 먼저 오해받던 침묵을.
그 노래들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해진 게 하나 있었다.
상처는
이야기의 끝이 아니었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자리였다.
그리고 어쩌면,
누군가에게 험한 말이 다가온 게 아니라
앞으로 어마어마해질 이유가
먼저 도착한 걸지도 모른다는 것.
그날 밤,
아이들은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