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울밴드

15화 다른 언어로 건너간 노래

by 봄울


노래는
생각보다 조용히 완성되었다.


화려한 편곡도 없었고
어려운 말도 없었다.

아이들이 쓴 가사와
아이들이 낼 수 있는 소리만
그 자리에 놓였을 뿐이었다.

유셉은 파일 이름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아무 말 없이 업로드 버튼을 눌렀다.


제목은 짧았다.

〈나는 여기 있어〉


설명란에는
한 줄만 적혔다.

이 노래는
상처를 가진 아이들이
자기 이름으로 부른 노래입니다.


영상은
익숙한 속도로 흘러갔다.

조회 수는 천천히 늘었고
댓글도 몇 개씩 달렸다.


“가사가 솔직하네요.”
“아이들 목소리가 좋네요.”
“춤추는 아이가 인상적이에요.”


아이들은
댓글을 오래 보지 않았다.

연습 시간은 그대로였고
음악실의 자리도 바뀌지 않았다.

드럼은 제자리에 있었고
피아노는 창가에 있었고
기타는 벽에 기대 있었다.


그날 저녁,
알림 하나가 더 떴다.

유셉은 습관처럼 화면을 내려보다가
잠시 멈췄다.

댓글은 짧았다.


상처를 이렇게 노래하다니
멋있어 보여.


아이디는
익숙하지 않은 언어였다.

계정 위치: 사우디아라비아.


유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화면을 내려놓았다.

루이가 옆에서 물었다.


“왜 그래?”


유셉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냥…
같은 또래인 것 같아서.”


루이는 다시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되게… 담담하다.”


은찬이 말했다.

“악플 아니네.”


민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설명도 없고.”


하나는 종이를 꺼냈다.
그리고 한 줄을 적었다.


“이상하게 기분 좋은 말이야.”


그날 연습은 조금 더 느렸다.

누가 서두르지 않았고
누가 멈추면 모두가 기다렸다.

하나는 음악이 시작되자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이제 그 움직임은
혼자만의 언어가 아니었다.

누군가 보고 있었고
누군가는 이해하고 있었다.

연습이 끝나갈 무렵,
루이가 말했다.

“우리 노래가 저기까지 간 거네.”


은찬이 물었다.

“어디?”


“바다 건너.”

민서가 웃었다.

“멀다.”


유셉은 기타를 정리하며 말했다.

“근데…
가본 적 없는 데서
우릴 알아본 거잖아.”


하나는 마지막으로
종이를 꺼냈다.


“상처는
숨기는 게 아니라
건너가는 거였나 봐.”


그날, 봄울밴드는
아직 알지 못했다.

이 댓글이
누군가의 꿈을
조심스럽게 꺼내게 될 거라는 걸.


하지만 분명히 알게 된 건 하나였다.

상처를 노래한다는 건
다치기 쉬워지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방식일지도 모른다는 것.


그리고 그 손은
생각보다 멀리까지
닿을 수 있다는 것.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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