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 우리가 이제 하고 싶은 이야기
악기는 모두 자리에 있었고
아이들도 다 모여 있었지만
아무도 먼저 소리를 내지 않았다.
노래가 멈춘 뒤
다시 흘러가기 전의
짧은 공백 같은 시간이었다.
유셉은 기타를 잡고 있었지만
줄을 튕기지 않았다.
은찬은 드럼 앞에 앉아
스틱을 무릎 위에 올려두었고,
민서는 피아노 의자에 앉아
건반 위에 손만 얹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루이는 마이크를 들지 않고
바닥에 그려진 선을 따라
발끝으로 작은 원을 그리고 있었다.
하나는 그 사이를
천천히 걸었다.
누군가를 재촉하지 않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잠시 후,
루이가 말했다.
“우리…
이제 뭘 노래하면 좋을까?”
그 말에
아무도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민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잘 모르겠어.
그동안은…
그냥 해야 할 말이 있었던 것 같아.”
은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근데 지금은
뭐가 남아 있는지 잘 모르겠어.”
유셉은 기타를 내려다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그럼…
앞에 있는 얘기 말고.
아직 안 가본 얘기는 어때?”
아이들의 시선이
유셉에게 모였다.
“꿈 같은 거.”
루이가 웃으며 말했다.
“꿈?
난 아직 없어.”
민서도 말했다.
“나도.
여기 오기 전엔
내일 생각도 잘 안 했어.”
은찬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난…
드럼 치는 게 좋긴 한데
그게 꿈인지는 모르겠어.”
하나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종이를 꺼냈다.
그리고 천천히 적었다.
“난 꿈에서 봤어.”
유셉이 물었다.
“어떤?”
하나는 잠시 멈췄다가
다시 적었다.
“사람들이 하얀 옷 입고 모여 있는 곳.
우리가 거기서 노래하고 있었어.”
루이가 눈을 크게 떴다.
“그곳이…어디야?”
하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으로 적었다.
“메카.”
공기가 잠시 멈췄다.
유셉이 아주 조용히 말했다.
“그거…
내가 예전에
혼자 생각하던 거야.”
아이들이 고개를 들었다.
“난 메카에서
예배드리는 게 꿈이야.
아랍 크리스천으로.
아무도 안 될 거라고 말하는 그곳에서
노래하고 싶어.”
루이가 말했다.
“근데… 그 댓글.”
“사우디에서 왔던 거.”
유셉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우리 또래 같았어.”
“상처 노래 좋다고.”
민서가 말했다.
“우리가 아직 안 가본 곳에서
우릴 본 거네.”
은찬이 덧붙였다.
“그럼…
그쪽 얘기도 노래가 될 수 있겠다.”
하나는 종이를 접었다가
다시 펼쳤다.
그리고 적었다.
“그럼 우리 꿈으로 노래해보자.”
아직 못 가도.
먼저 불러보는 거야.”
유셉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사는… 내가 써볼게.
어렵지 않게.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루이가 웃으며 말했다.
그날,
봄울밴드는 처음으로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도망도,
자랑도 아니라,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조금 앞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꿈은 멀리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