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

파괴인 줄 알았는데, 회복이었다

by 봄울



나는 화산을 늘 재앙이라고 생각했다.
불을 뿜고, 땅을 가르고, 마을을 삼키는 것.
뉴스 속 화산은 언제나 ‘피해야 할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유튜브를 통해 화산학자의 설명을 들으며 생각이 바뀌었다.
화산이 활발했던 지역일수록
토양의 질이 좋아지고,
생물의 종이 다양해지며,
울릉도의 명이나물처럼
다른 지역보다 더 깊은 맛의 식물이 자란다는 이야기였다.



화산화산화산.png



불이 지나간 자리가
가장 비옥한 땅이 된다니.


더 놀라운 이야기도 있었다.
땅속 깊은 맨틀에서 만들어진 다이아몬드는
그 자체로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머문다.
화산이라는 격렬한 통로가 열려야만
그 보석은 아주 소량이라도
지표 위로 올라올 수 있다.


그러니까 화산은
땅을 망가뜨리는 존재가 아니라
땅이 숨을 다시 쉬게 되는 방식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되자
자연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화산은 파괴가 아니라
재생의 시작이었다.
고통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었다.


그때 문득,
사람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다.


무너졌던 시간들,
불타버린 관계,
돌이킬 수 없다고 느꼈던 상처들.


겉으로 보면 모두 재앙인데,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그때 비로소 드러나는 것들이 있다.


쉽게 판단하지 않게 된 마음

아픔을 알아보는 눈

이전보다 깊어진 언어

그리고, 전에는 보이지 않던 가치들


마치 화산 이후의 땅처럼.


어쩌면 상처는
인격의 화산 활동인지도 모른다.


아무 일도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단단해 보이는 표면만 가진 채
깊이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불이 지나가고 나서야
땅의 성질이 바뀌고,
보석이 모습을 드러내듯,
삶도 흔들리고 나서야
자기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 알게 된다.


발견되기 전까지
그것은 파괴처럼 보인다.


그러나 발견되는 순간,
의미의 이름을 얻는다.


화산은 여전히 무섭다.
상처도 여전히 아프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불이 있었다는 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라는 것을.


불이 지나간 자리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경우는
자연에도, 인생에도
없다는 것을.


파괴인 줄 알았는데,
회복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알게 된 순간부터
나를 조금 덜 두렵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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