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사라진 빛이, 지금 나에게 도착한다

by 봄울

어젯밤,
하늘에는 별이 유난히 많았다.
말없이 빛나는 점들.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아무 상관도 없어 보이는 존재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저 빛은
얼마나 먼 거리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을 건너
여기까지 도착한 걸까.


별빛은 즉시 오지 않는다.
수십 년, 수백 년,
어쩌면 수천 년을 달려온다.
그러니까 지금 내 눈에 닿은 빛들 중에는
이미 사라진 별의 빛도 섞여 있다.


별은 없어졌지만
의미는 아직 도착 중인 셈이다.


별별별.png


그래서 누군가는
밤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의 위치를 기록하고
움직임을 계산하고
지도를 그렸을 것이다.


갈릴레오와 케플러만이 아니라
이름조차 남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
그들은 단지 낭만을 본 것이 아니라
질서를 발견하려 했던 사람들이었다.


발견되는 순간,
별은 장식이 아니라
의미를 갖는 존재가 된다.


이 생각은
이상하게도 현실로 다시 돌아오게 한다.




내년의 치뤄야할 잔금,
숫자로 적힌 걱정,
눈앞의 책임들.


우주를 생각하면
너무 작은 문제 같다가도,
하루를 살아내는 인간에게는
분명히 무거운 일이다.

그런데 별을 떠올리면
이 두 가지가 동시에 가능해진다.


삶은 작다


그러나 의미는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 이해되지 않는 시간도
아직 도착하지 않았을 뿐일지 모른다.

어쩌면 우리의 수고도
별빛과 비슷하다.


지금은 아무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여도
이미 출발했고,
언젠가는 누군가의 밤에
조용히 닿을 것이다.


빛은 늦게 오지만
헛되게 오지 않는다.

별은 말이 없다.


그럼에도 밤마다
같은 자리를 지키며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


그 질서가
이 세상이 우연이 아니라는
가장 오래된 증거처럼 느껴진다.


하나님은
별을 만드실 때도
의미 없이 흩뿌리지 않으셨을 것이다.

그리고 그 별을 바라보는
우리의 하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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