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예배에서, 시간을 생각하다

그분에게는 모든 시간이 한 장면이었을까

by 봄울


성탄절 예배에서

성가대의 크리스마스 칸타타를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수님은
자신의 태어나심만이 아니라
십자가의 고난과
그리고 지금,

이렇게 주님을 찬양하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한 번에 보고 계시지 않았을까.


우리에게는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이 있지만
예수님께는 그 모든 시간이
동시에 펼쳐진 한 장면이었을 것 같았다.


말구유에 누워 계실 때,
아기 예수님은 십자가를 모르고 계셨을까.
아니면 이미 알고 계셨을까.


나는 그분이 알고 계셨다고 믿는다.
자신을 향해 손을 들고 찬양할 사람들의 얼굴도,
눈물로 예배드릴 누군가의 마음도,
오늘 성가대의 화음도
이미 보고 계셨을 것이다.


그래서 그분은 이 땅에 오셨다.


성탄은
단지 ‘기쁜 날’이 아니라
모든 것을 아시고도 선택하신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통을 피할 수 없다는 것도,
배신과 침묵과 십자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모두 아시면서
예수님은 인간의 시간 속으로 들어오셨다.


그리고 그 선택의 끝에서
오늘의 예배가 있다.


성가대의 찬양은
그분께 처음 들려지는 노래가 아니라
이미 알고 계셨던 소리,
이미 보고 계셨던 장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예배는
우리가 주님을 찾아가는 시간이기보다
이미 우리를 알고 계셨던 주님 앞에
다시 서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오늘 나는 예배당에 앉아 있었지만
베들레헴의 밤과
골고다 언덕과
이 예배의 순간이
겹쳐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조용히 이런 고백을 하게 되었다.


“주님,
제 삶도 지금은 조각처럼 흩어져 있지만
주님은 이미 끝까지 보고 계시겠지요.”


성탄절은
모든 시간이 주님 안에서

하나로 묶이는 날 같다.


과거의 상처도,
현재의 무게도,
미래의 두려움도
이미 알고 아기 예수로 오신 그분 앞에
다 내려놓는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의 성탄은
조금 더 깊고,
조금 더 조용했고,
조금 더 감사했다.


메리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