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불안정한 줄 알았는데, 생명이었다.

by 봄울

지구는 가만히 있지 않는다.
늘 움직인다.


자신의 축을 중심으로 하루에 한 바퀴를 돌고,
기울어진 채로 태양 주위를 공전하며,
달이라는 위성과 함께 서로를 끌어당긴다.


처음 알았을 때는 이상하게 느껴졌다.
왜 이렇게 복잡할까.
왜 똑바로 서 있지 않고 기울어져 있을까.
왜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야 할까.


하지만 알게 되었다.
이 모든 불안정이 생명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을.


지구가 자전하지 않는다면
한쪽은 영원한 낮이 되고,
한쪽은 끝없는 밤이 된다.


공전하지 않는다면
계절은 사라지고,
생명은 단조로워진다.


그리고 지구가 기울어져 있지 않았다면
봄도,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변화’라고 부르는 모든 것은
사실 기울어짐에서 시작된다.


지구지구.png



달도 마찬가지다.
달이 없다면
바다는 지금처럼 숨 쉬지 못한다.
밀물과 썰물은 약해지고,
해양 생태계는 정체된다.


우리가 낭만으로 부르는 달빛은
사실 지구를 붙잡아 주는 힘이고,
바다를 흔들어 생명을 살리는 장치다.

지구를 가만히 바라보면
이상한 결론에 도달한다.


안정적으로 보이는 것은
실제로는 가장 위험한 상태일지도 모른다는 것.




자연은 멈추지 않는다.
멈춤은 죽음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지구를 고정시키지 않으셨다.


대신 돌게 하셨고,
기울게 하셨고,
서로 영향을 주게 하셨다.


이 구조는
이상하게도 인간의 삶과 닮아 있다.

우리는 흔들리는 삶을 두려워한다.


계획이 틀어지고,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이 생기고,
재정과 관계와 마음이 기울어질 때
‘망가졌다’고 느낀다.


하지만 지구처럼 생각해보면
그 흔들림은
삶이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매일 같은 리듬으로
아침이 오고 밤이 오고,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잠들고,
다시 하루를 시작하는 일.


너무 작아 보여서
의미 없다고 느껴지는 그 반복이
사실은 우주적 질서 안에 놓인 움직임이다.


어쩌면 하나님은
우리에게도
완벽히 안정된 삶을 주지 않으신다.


대신,


감당할 만큼의 흔들림과

버틸 수 있을 만큼의 기울어짐과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궤도를 주신다.


지구가 궤도를 이탈하지 않듯,
우리의 삶도
완전히 벗어나도록 내버려두지 않으신다.


그래서 이제는
이렇게 말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화산은 파괴가 아니라 회복이었고,
태풍은 재앙이 아니라 순환이었으며,
별은 장식이 아니라 기다림의 증거였고,
지구는 불안정한 행성이 아니라
생명을 품기 위해 의도된 구조였다.



하나님은
흔들리지 않는 세상을 만들지 않으셨다.
대신,
흔들리면서도 살아 있는 세상을 만드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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