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노래는 국경을 몰랐다
그날 밤 연습을 마치고
아이들은 그냥 휴대폰을 세워 두었다.
“기록용이야.”
루이가 말했다.
조명이 밝지도 않았고,
마이크도 없었고,
자막도 달지 않았다.
그냥 기타 한 대,
아이들 목소리,
그리고 마지막에 하나가 적은 문장.
사랑은 도착한다.
그 영상은
며칠 뒤,
조용히 SNS에 올라갔다.
해시태그도 거창하지 않았다.
#봄울밴드
#메카를축복하는노래
#blessingmecca
그뿐이었다.
이틀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조회수는 천천히 올랐다.
댓글은 몇 개.
메카는 무슬림 아니면 못 들어간다.
조심스러운 노래네요.
왜 메카죠?
유셉은 댓글을 읽고도
답을 달지 않았다.
설명하지 않는 노래니까.
그리고 사흘째 밤.
민서가 갑자기 외쳤다.
“어? 사우디야.”
화면에 낯선 언어가 올라와 있었다.
아랍어였다.
번역기를 돌리자
짧은 문장이 떴다.
혹시 무슬림은 아니겠죠? 그래도 이렇게 노래해주다니…
아이들은 서로를 바라봤다.
그 밑에 또 하나.
한국에서 사우디를 축복하고 있어요.
그리고 한 계정이 눈에 들어왔다.
프로필 사진에는
사막과 해 질 녘의 하늘.
아이들 또래로 보이는 남자아이.
아이디는 영어로 되어 있었다.
Samir.
“이 애… 전에 그 애 아니야?”
은찬이 말했다.
몇 달 전,
봄울밴드의 다른 영상에 댓글을 남겼던
그 사우디 친구.
상처를 노래하는 게 멋있어 보여요.
그때는
그저 한 줄의 영어 댓글이었지만,
아이들은 그 문장을 오래 기억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가 이렇게 썼다.
종교가 다른 거 같은데 축복해준다니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문장.
언젠가 여기서 메카 이름을 불러주세요.
루이가 숨을 삼켰다.
그날 밤,
사미르는 자기 방에서 이어폰을 끼고
그 노래를 세 번 들었다.
네 번째 들을 때
그는 생각에 잠겼다.
‘우리는 왜 그렇게 지키려고만 했을까?’
‘축복을 받는 건… 괜찮은 걸까?’
다음 날.
영상은
조금 더 멀리 퍼져 있었다.
사우디,
요르단,
UAE.
아랍어 댓글이 늘어났다.
메카를 축복해줘서 고마워요.
종교가 다른 거 같은데 사랑을 보내주는군요.
한국을 좋아하게 될 거 같아요.
하나는 화면을 오래 바라봤다.
“사랑이… 진짜 도착했나 봐.”
그날 밤,
사미르는 아버지에게 영상을 보여주었다.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들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메카를 축복해주는 노래구나.”
사미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 그런데 왜 종교가 다른 친구들이 메카를 축복해 주는 걸까요?
어떻게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걸까요? 우리는 그들이 메카를 들어올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
아버지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글쎄다.”
며칠 뒤,
사미르는 그 영상을
한 문화 프로그램 게시판에 공유했다.
설명은 짧았다.
“한국의 아이들이
메카를 축복하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들은 들어오겠다고 하지 않습니다.”
게시글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보았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 링크를
조용히 다른 곳으로 옮겼다.
그곳은
청년 문화 프로젝트를 검토하는
회의 자료함이었다.
봄울밴드는 아직 몰랐다.
노래가
어디까지 갔는지.
아이들은
그저 다음 연습을 하고 있었다.
유셉이 말했다.
“조회수는 보지 말자.”
루이가 웃었다.
“왜?”
“사랑은 숫자로 재는 게 아니니까.”
그날,
사우디의 한 회의실에서
그 영상이 처음으로 재생되었다.
기타 한 대.
조용한 목소리.
“들어가지 않아도
마음은 닿아…”
누군가가
재생을 멈추지 않고
끝까지 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이 아이들… 누굽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