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아무 일 없는 하루의 기적
기적 같은 일도 없었고,
대단한 성취도 없었고,
눈물 쏟을 만큼의 사건도 없었다.
그냥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숨을 쉬고,
해가 지는 걸 보았다.
예전의 나는
이런 날을 하찮게 여겼다.
“오늘 뭐 했지?”
“남는 게 없네.”
“이렇게 살아도 되나?”
하지만 요즘은 안다.
아무 일 없는 하루가
얼마나 큰 축복인지.
누군가는
사건이 없기를 바라며 하루를 버티고,
누군가는
조용한 저녁을 소원하며 병실에 눕고,
누군가는
싸움 없는 하루를 간절히 기도한다.
아무 일 없는 하루는
아무 의미 없는 날이 아니라
무사히 지나간 날이다.
폭풍이 없었다는 건
배가 잘 버텼다는 뜻이고,
눈물이 없었다는 건
마음이 잠시 쉬었다는 뜻이다.
오늘은
조용했다.
그래서 고맙다.
크게 웃지도 않았지만
크게 무너지지도 않았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오늘은 느슨해도 괜찮아.
아무 일 없는 하루를
대단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