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마음이 따라오지 않는 날
해야 할 일은 분명한데
자꾸만 멍해지고,
말은 웃으며 하는데
속은 텅 빈 느낌.
이럴 때면
나는 또 나를 의심한다.
“왜 이러지?”
“나만 이렇게 둔해진 걸까?”
“의지가 부족한 건 아닐까?”
하지만 마음에도
날씨가 있다.
맑은 날이 있으면
흐린 날도 있고,
비가 오다
갑자기 바람이 불기도 한다.
마음이 느린 날은
고장이 아니라
과부하가 걸린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너무 많은 걸 견뎌왔고,
너무 많은 생각을 했고,
너무 많은 감정을 삼켜왔기 때문일지도.
오늘은
마음이 속도를 못 따라와도 괜찮다.
해야 할 일을 다 하지 못해도,
집중이 흐트러져도,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아도 괜찮다.
마음은
억지로 끌고 가면 더 멀어진다.
잠시 기다려주면
조금 늦게라도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러니 오늘은
마음이 따라올 때까지
조금 천천히 걸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