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울밴드

25화 바다의 도시

by 봄울


홍해의 바람이 도시로 들어오고 있었다.

제다는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모이던 곳이었다.


바다를 건너온 사람들.
사막을 건너온 사람들.


그 길들이
이 도시에서 만났다.


공항 문이 열렸다.

아이들이 밖으로 나왔다.

민찬이 숨을 크게 들이켰다.


“와… 덥다.”

루이가 웃었다.


“사막이잖아.”

유셉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는 멀리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여기가…”

“…제다야.”


청소년 문화센터.

공연장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제다 학생들.

교사들.

그리고

사막을 건너온 두바이 학생들.

긴 버스 여행 끝에
막 도착한 얼굴들이었다.


무대 조명이 켜졌다.

유셉이 기타를 들었다.

민찬이 마이크를 잡았다.




향신료의 노래


바람이 향을 싣고 오던 길
이름 대신 향으로 인사하던 길


관객석이 조용해졌다.

누군가 중얼거렸다.


“우리 조상 이야기다.”

후렴이 시작됐다.



길을 연 사람들
향으로 세상을 잇던 사람들


그때

관객석 뒤쪽에서
누군가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한 명.

그리고 두 명.

제다 학생들과
두바이 학생들이

함께 후렴을 따라 부르고 있었다.



길을 연 사람들
향으로 세상을 잇던 사람들


민찬이 웃었다.

루이가 리듬을 맞췄다.

유셉은 기타를 계속 튕겼다.

노래가 끝나자

큰 박수가 터졌다.

유셉이 마이크를 들었다.

그는 잠시 관객을 바라봤다.

그리고 말했다.


“한 친구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유셉이 미소를 지었다.


“말보다 마음으로 이야기하는 친구입니다.”

그가 손을 내밀었다.


“하나.”

하나는 잠시 서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조명이 그녀를 비췄다.

기타 소리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리듬.


하나는 웃었다.

그리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정해진 동작은 아니었다.

빙글 돌고
손을 들어 올리고
아이처럼 가볍게 뛰었다.


그저

기쁜 몸짓이었다.

처음에는 몇 명이 웃었다.

그러다 박수가 시작됐다.

한 아이가 박자를 맞췄다.

다른 아이도 따라 했다.


언어는 달랐지만

그 순간

아무도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한 제다 학생이 조용히 말했다.


“축복 같아.”

두바이에서 온 학생이 중얼거렸다.


“말 안 해도 알겠다.”

하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빙글 돌았다.


그리고

환하게 웃으며

관객을 향해 인사했다.

잠시 조용했다.

그리고

큰 박수가 터졌다.


그날 공연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더 깊어졌다.




공연이 끝난 뒤

아이들은 문화센터 밖으로 나왔다.

홍해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루이가 난간에 기대며 말했다.


“바다 냄새다.”

민찬이 웃었다.


“사막 도시라면서.”

유셉이 바다를 바라보며 말했다.


“예전에도 그랬어.”

아이들이 그를 바라봤다.


“향신료 상인들도 여기로 왔어.”

“바다를 건너서.”


잠시 조용했다.

파도 소리만 들렸다.

문화센터 직원이 다가왔다.


“오늘 공연하느라 수고 많았어요. 내일은

여러분들을 위해 여행 일정을 준비했습니다.”


아이들이 고개를 들었다.


“사막으로 이동합니다.”

“옛 향신료길 오아시스 유적지입니다.”


민찬이 눈을 크게 떴다.

“진짜요?”


직원이 웃었다.

“상인들이 쉬던 곳입니다.”


잠시 후

유셉이 조용히 말했다.

“상인들은 밤에 이동했대.”


민찬이 물었다.

“왜?”

“낮에는 너무 뜨거우니까.”


유셉이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별을 보고 길을 찾았대.”


아이들이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사막의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루이가 웃었다.


“우린 낮에 가겠지?”

민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버스 타고.”

잠시 조용했다.


하나는 노트를 꺼냈다.

그리고 한 줄을 적었다.

길은 아직 살아 있다.


홍해의 바람이 도시를 지나

사막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내일

그들은

그 길을 만나러 간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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