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길을 따라
교실 뒤쪽에서 한 학생이 말했다.
“이거 봤어?”
휴대폰 화면이 친구들 사이로 돌아갔다.
영상이 재생됐다.
기타 소리.
그리고 노래.
향신료의 노래
바람이 향을 싣고 오던 길
이름 대신 향으로 인사하던 길
아이들이 말없이 영상을 봤다.
누군가 중얼거렸다.
“향신료길 이야기잖아.”
다른 학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역사.”
영상이 끝나자 교실이 조금 시끄러워졌다.
댓글들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다.
‘우리 조상 이야기래.’
‘존경의 노래라는데?’
‘외국 밴드가 이걸 만들었다고?’
'우리 또래야.'
한 학생이 말했다.
“멋있다.”
그때 한 학생이 갑자기 외쳤다.
“잠깐!”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휴대폰 화면에 새로운 글이 떠 있었다.
Spring Band invited to perform in Jeddah.
“제다?”
“사우디?”
“진짜 온다고?”
교실이 술렁였다.
누군가 말했다.
“두바이 공연 아니네.”
잠시 침묵.
그러다 한 학생이 말했다.
“우리도 갈 수 있을까?”
“제다까지?”
“멀잖아.”
"한국가는 거보다는 가까울껄?"
그 학생이 웃으며 말했다.
“향신료길 체험으로.”
그 말에 몇 명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육로로?”
“버스 여행?”
지도 앱이 열렸다.
두바이에서 사우디로 이어지는 길.
그리고 그 끝.
제다.
누군가 말했다.
“옛 상인들도 그 길을 갔잖아.”
며칠 뒤.
교장실.
학생 대표들이 서 있었다.
루아가 말했다.
“우리는 향신료길 문화 체험 여행을 제안합니다.”
다른 학생이 덧붙였다.
“그리고 제다에서 봄울밴드 공연을 보겠습니다.”
교장이 물었다.
“굳이 육로로 이동하겠다고?”
학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길을 직접 느껴보고 싶습니다.”
교장은 잠시 생각했다.
창밖으로 사막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보였다.
“스스로 선택하는 어려움이라면.."
그가 천천히 말했다.
"힘이 들어도 견딜 수 있겠지.."
며칠 뒤.
버스가 두바이를 떠났다.
창밖으로 사막이 펼쳐졌다.
아이들은 처음엔 신이 나 있었다.
사진을 찍고
웃고
노래를 틀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버스 안이 조금 조용해졌다.
“생각보다 멀다.”
누군가 말했다.
다른 학생이 창밖을 보며 말했다.
“상인들은 몇 달을 갔다잖아.”
버스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
한 학생이 말했다.
“우린 공연 보러 가는 길인데.”
창밖을 보던 친구가 조용히 말했다.
“그 사람들은… 삶을 걸고 갔겠지.”
버스는 계속 달렸다.
제다까지
아직 많은 길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