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서, 그는 더 깊이 예수님을 묵상했다

by 봄울


우리 교회는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
행사도 많고, 사람들의 발걸음도 더 분주해졌다.


대형교회 담임목사님의 일정에는

주례와 장례가 이어지고,
설교는 끊임없이 준비되어야 하며,
최근에는 임직자를 세우는 투표까지 있었다.


겉으로 보면
그저 바쁜 교회의 일상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
한 사람은
전혀 다른 시간을 지나고 있었다.




지난 월요일,
목사님의 아버지가 소천하셨다.

아버지 또한 목회자셨고,
오랜 시간 하나님을 섬기며 살아오신 분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시간은
치매라는 병 속에서
병원 침대에 묶여 지내셔야 했다.


기억이 사라져가는 시간,
몸이 자유롭지 못한 시간.


그 곁을
아들로서 충분히 지키지 못하는 현실.

목사님은
그 사이에서 살아가고 계셨다.


설교 중에
그 이야기를 조용히 꺼내셨다.

크게 감정을 드러내지도 않으셨고,
길게 설명하지도 않으셨다.


하지만 그 짧은 고백 안에는
쉽게 말할 수 없는 시간들이 담겨 있었다.

그는 죽음 앞에서
더 깊이 예수님을 묵상했다고 했다.




아버지의 죽음을 바라보며
삶의 끝을 생각했고,
그 끝 이후의 시간을 바라보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이 남았다고 했다.


“신앙이 없는 사람들은
이 시간을 어떻게 견뎌낼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붙잡을 소망이 없다면,
그 슬픔은 어디로 흘러갈까.


끝이라고 믿는다면
그 이별은
완전한 단절이 되어버릴 텐데.


그래서 사람들은
더 깊이 절망하고,
더 오래 울게 되는 것 아닐까.


하지만 그는
그 죽음을 보며
절망이 아니라
소망을 바라보았다고 했다.


예수님을 생각하며,
다시 만날 날을 생각하며,
이별이 끝이 아니라는 믿음으로
그 시간을 지나고 있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잠시 마음이 멈췄다.


목사님은
누군가를 위로하는 사람이기 전에,
지금은
아버지를 떠나보낸 한 사람이었다.


슬픔을 겪고 있는 아들이었고,
죽음을 마주한 한 신앙인이었다.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대형교회 목사는 편할 거라고.

하지만
그날 나는 알게 되었다.


그도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그 앞에서
믿음을 붙잡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교회 50주년.

우리는 축하를 준비하고 있지만,
그 시간 속에는
이런 이야기들도 함께 흐르고 있다.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그 사이에서
믿음을 붙잡고 서 있다.


죽음 앞에서
그는 더 깊이 예수님을 묵상했다.

그리고 그 묵상은
누군가를 향한 위로가 되어
다시 우리에게 전해졌다.


어쩌면
신앙이란 것은
아무 일도 없을 때가 아니라,


이렇게
가장 무너질 것 같은 순간에
무엇을 붙잡고 있는가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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