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교회 담임목사님의 일정에는
주례와 장례가 이어지고,
설교는 끊임없이 준비되어야 하며,
최근에는 임직자를 세우는 투표까지 있었다.
겉으로 보면
그저 바쁜 교회의 일상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
한 사람은
전혀 다른 시간을 지나고 있었다.
지난 월요일,
목사님의 아버지가 소천하셨다.
아버지 또한 목회자셨고,
오랜 시간 하나님을 섬기며 살아오신 분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시간은
치매라는 병 속에서
병원 침대에 묶여 지내셔야 했다.
기억이 사라져가는 시간,
몸이 자유롭지 못한 시간.
그 곁을
아들로서 충분히 지키지 못하는 현실.
목사님은
그 사이에서 살아가고 계셨다.
설교 중에
그 이야기를 조용히 꺼내셨다.
크게 감정을 드러내지도 않으셨고,
길게 설명하지도 않으셨다.
하지만 그 짧은 고백 안에는
쉽게 말할 수 없는 시간들이 담겨 있었다.
그는 죽음 앞에서
더 깊이 예수님을 묵상했다고 했다.
아버지의 죽음을 바라보며
삶의 끝을 생각했고,
그 끝 이후의 시간을 바라보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이 남았다고 했다.
“신앙이 없는 사람들은
이 시간을 어떻게 견뎌낼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붙잡을 소망이 없다면,
그 슬픔은 어디로 흘러갈까.
끝이라고 믿는다면
그 이별은
완전한 단절이 되어버릴 텐데.
그래서 사람들은
더 깊이 절망하고,
더 오래 울게 되는 것 아닐까.
하지만 그는
그 죽음을 보며
절망이 아니라
소망을 바라보았다고 했다.
예수님을 생각하며,
다시 만날 날을 생각하며,
이별이 끝이 아니라는 믿음으로
그 시간을 지나고 있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잠시 마음이 멈췄다.
목사님은
누군가를 위로하는 사람이기 전에,
지금은
아버지를 떠나보낸 한 사람이었다.
슬픔을 겪고 있는 아들이었고,
죽음을 마주한 한 신앙인이었다.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대형교회 목사는 편할 거라고.
하지만
그날 나는 알게 되었다.
그도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그 앞에서
믿음을 붙잡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교회 50주년.
우리는 축하를 준비하고 있지만,
그 시간 속에는
이런 이야기들도 함께 흐르고 있다.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그 사이에서
믿음을 붙잡고 서 있다.
죽음 앞에서
그는 더 깊이 예수님을 묵상했다.
그리고 그 묵상은
누군가를 향한 위로가 되어
다시 우리에게 전해졌다.
#신앙에세이 #믿음의시선 #죽음앞에서 #소망의이유 #예수님을묵상하다 #다시만날소망 #이별과믿음 #삶과죽음사이 #교회이야기 #목사의삶 #보이지않는헌신 #마음의울림 #오늘의묵상 #브런치작가 #글쓰는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