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이 느린 남매 육아일지

엄마, 엄마도 착해야 돼!

by 봄울

어느 날 남편은 술을 마시고 들어와서 시비를 걸었다.

말대꾸하다가 싸우기 싫으니 침묵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술을 더 먹고 싶었는지 작은 방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서

유튜브를 보면서 술과 안주를 놓고

혼자서 시간을 보낸다.


그러거나 말거나 9시 무렵이 되면 아이들의 양치를 도와주고,

볼일을 보게 한 다음, 잠을 재우기 위해서 이불을 펴고

'이제 자자! 말을 했다.


첫째 아이는 아빠가 있는 작은 방에 갔다 오더니

"엄마, 아빠가 컴퓨터 앞에서 자고 있어요."

라고 말을 한다.


"그냥 신경 쓰지 말고, 자자!"했더니 아이는

"엄마, 아빠가 컴퓨터 앞에서 자고 있다고요!" 한다.


미운 마음에 모른 척하고 싶었지만,

아이의 마음을 모른 척할 수는 없어서

작은 방에 이불을 펴주고, 베개와 덮을 이불을 놓은 뒤에 어깨를 툭 치면서 말을 건넸다.


"이불 펴놨으니까 이불에서 자."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시 방으로 갔다.


둘째 아이를 품에 안고, 토닥이면서 잠을 잘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이었다.

첫째 아이가 다시 찾아왔다.


"엄마, 아빠가 책상 밑에서 쪼그리고 자고 있어요."

"그래서 뭐? 그냥 둬. 엄마는 이불 깔아줬잖아!"

"아이, 엄마... 아빠가 지금 불편하게 책상 밑에서 쪼그리고 자고 있다니까요."

"엄마가 어떻게 하라구?"

"엄마, 아빠가 불편하게 자고 있어요."

첫째 아이는 같은 말을 무한 반복했다.


어쩔 수 없이 작은 방으로 가서 남편의 모습을 보니 컴퓨터 책상 아래에

몸을 달팽이라도 되는 양 한껏 웅크리고는 누워있는 게 아닌가!


"아빠 무거워서 엄마가 못 들어. 엄마는 못 해!"

"엄마, 저랑 같이하면 되잖아요?"

첫째 아이는 아빠의 다리를 붙잡고 말했다.


남편의 팔을 잡아당겨서 질질 끌고 이불 있는 근처에 데리고 갔다.

깔려있는 이불에 몸을 올린 이후에는 '아유, 무거워! 생각으로 툴툴대면서

방으로 돌아왔다.


첫째 아이는 아빠가 추울까 봐 이불까지 덮어주고는 나왔다.

작은 방의 불을 끄고, 잠자리에 돌아와서 퉁퉁거리는 마음으로 첫째에게 물었다.


"아들! 넌 왜 이렇게 착한거야!!!!!"

그랬더니 아들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엄마도 착해야 돼."


아들의 행동에 웃음이 났다.

술 마시고 시비 거는 아빠라도

아빠의 잠자리를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아들의 성품은

엄마와 아빠를 닮은 것이 아닌,

하늘로부터 직접 받은 고유한 아름다움이 아닌가 싶다.


'엄마도 착해지도록 노력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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