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이 느린 남매 육아일지

둘째 딸은 오늘도 이불에 지도를 그린다.

by 봄울

2019년 3월 4일생.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갈 나이.


둘째 딸은 “엄마”, “아빠”라는 말을 한다.
손바닥을 마주쳐 내밀며 “우”라고 말하는데, 그것은 “주세요”라는 뜻이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말을 꺼내는 경우는 드물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엄마”라는 말을 따라 하고, “아빠”라고 부른다.
그러니 아직은 필요한 순간에만 꺼내는 말인 셈이다.


저녁 아홉 시가 되면 아이들은 양치를 하고,

둘째는 어린이용 변기에 앉아 소변을 본다.
하지만 체력이 좋아서인지 쉽게 잠들지 못한다.
불을 끈 어둠 속에서 한참을 일어났다 앉았다 반복한다.

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화장실에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새벽에 ‘지도’를 그리기 때문이다.
귀찮은지 강하게 저항하기도 했지만, 거의 매일 이불을 적셨다.

잠결에 아이의 엉덩이를 살피는 일은 내 습관이 되었다.
젖지 않았으면 안도했고, 아침이 되기 직전에 다시 젖으면 ‘방심했구나’ 싶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불 빨래 자체는 큰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세탁기를 돌려 출근할 수 있으니 오히려 시어머니께 미안할 뿐이었다.
내가 걱정한 건, 축축한 옷이 아이 몸을 식히고 감기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잠결에 만진 차가운 엉덩이가 늘 안쓰러웠다.

그러다 보니 알게 되었다.
아이의 실수에는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아빠가 술을 마시고 목소리가 커졌을 때,
아빠가 엄마에게 시비를 걸 때,
아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 앞에서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던 것이다.




밖에 나가면 더 긴장이 따른다.
차에 태우기 전 화장실에 가게 하고, 이동 시간이 길어지면 중간에 화장실을 찾는다.
아직은 본인의 욕구를 말하지 못하니, 실수가 생기면 나는 아이에게 말한다.


“엄마가 미안해.”


내가 시간을 놓쳐서, 아이가 불편해진 것이니까.

가방엔 항상 바지와 팬티, 물티슈가 들어 있다.




어느 날 키즈카페에서의 일.
저녁으로 주문한 볶음밥과 미소된장국을 둘째가 기분 좋게 잘 먹었다.
그런데 마지막 숟가락을 삼키고는 토할 듯 입을 막았다.

화장실로 데려가려는 순간, 아이는 바지에 설사를 하고 말았다.
똥은 바닥에까지 떨어졌다.


“오 마이 갓…”


급히 화장실로 데려가 옷을 벗기고 닦아냈다.
옷과 물티슈, 비닐봉지를 들고 와서 바닥을 닦고, 다시 아이를 깨끗하게 갈아입혔다.
다행히 사람이 많지 않았고, 아이들이 다가오지 않은 구역이었다.

놀란 아이에게 나는 또 말했다.


“엄마가 미안해.”




남편은 둘째와 외출하는 걸 꺼려 했다.
대소변 문제 때문에 늘 긴장을 해야 하니까.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달랐다.
‘대소변도 못 가리니 집에만 있어야 한다’는 건 너무 불공평했다.
지금은 잘 못해도 언젠가는 할 수 있을 거다.

아이의 속도에 맞춰,
지금의 느림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주는 게 엄마의 역할 아닐까.


둘째는 낯선 공간에서 특히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 간 장소에서는 업고 한 바퀴 돌며 보여주고, 화장실 위치도 알려준다.
안심이 되어야 비로소 호기심을 내고 즐겁게 논다.




첫째가 키즈카페에서 몇 시간을 신나게 노는 동안,
둘째도 탐색 시간을 거쳐 결국은 잘 놀았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렇지! 둘째도 잘할 수 있다니까!’


하지만 이동 중에 문득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수습을 혼자 해야 했던 순간, 남에게 피해를 줄까 두려웠던 순간.
나도 모르게 ‘창피하다’는 마음이 올라왔다.


그러나 곧 아이의 마음을 떠올렸다.
배가 아팠지만 말을 하지 못했고,
엄마가 주니까 억지로 먹어낸 아이의 마음을.

아이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엄마, 이제 그만 먹을래. 배가 아파요.”


그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최근엔 이불에 지도를 그리는 일이 많이 줄었다.
새벽에 혼자 어린이 변기에 소변을 본 흔적을 발견한 적도 있다.
아이는 분명히 자라고 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되는 것이다.


‘아가야, 엄마 딸로 태어나 줘서 고마워.
엄마가 천천히 지켜봐 줄게.
네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관찰해 줄게.’


잠결에 지도 그리고 자는 네 모습조차,
엄마 눈엔 사랑스럽기만 하다.


2025.7.7
둘째는 오늘 이불에 지도를 그리지 않았다.

고마워, 예쁜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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