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광야에서 배우다

1화. 아르논 골짜기에서 멈춘 차

by 봄울

26살, 나는 요르단에서 초보 가이드였다.
페트라를 투어하고, 이제 아르논 골짜기를 지나 호텔로 들어가는 일정만 남아 있었다.
대형 버스 안에는 30여 명 남짓한 패키지팀이 함께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르논 골짜기에서 차가 퍼진 것이다.

버스 기사는 회사에 연락했고, 수리하는 사람이 곧 도착할 거라고 했다.


“1시간 안에 해결될 것 같습니다.”


나는 현지가이드에게 들은 그대로 손님들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1시간이 지나도, 수리 담당자는 오지 않았다.


“언제 오는 거예요?”


몇몇 손님들의 다그침 섞인 목소리에 마음이 점점 쪼그라들었다.

경험치가 부족했던 나는 표정과 눈빛에 당황과 불안이 묻어났을지도 모른다.
옆에서 바짝 붙어 괴롭히는 손님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풍경을 바라보거나 웃고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려 했다.
그럼에도 약속이 달라지자 사람들은 지쳐갔고, 날카로운 눈빛이 늘어났다.


‘아르논 골짜기에 뛰어내리고 싶다.’


코너에 몰린 쥐처럼, 나는 속수무책인 기분이었다.

2시간이 흘러 새로운 버스가 도착했다.
손님들은 가방과 짐을 옮기고 자리에 앉았다.
해는 이미 사라지고 어둑해진 광야, 나는 손님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눈물이 터졌다.

가이드를 하면서, 나는 자주 깨달았다.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니지만, 남을 대신해 사과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는 사실을.
그럴 때마다 억울함이 생겼고, 나는 마음속으로 속으로 울기도 했다.
나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었지만, 그날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슬펐다.


지금 같은 일이 생긴다면, 나는 그 상황에서 좀 더 여유있게 행동할 수 있었을 것이다.


“코리아 타임도 있지만, 아랍 타임은 더 하답니다. 인샬라 아시죠?”


1시간 걸린다고 안내받았으면, ‘2시간 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말하며 마음을 준비시키고, 풍경의 아름다움을 함께 즐겼을 것이다.


“사막 한복판에서 차가 퍼지지 않아도 감사해요. 아르논 골짜기 풍경은 그랜드캐년 못지않게 멋집니다.”


손님들이 잠시 쉬고, 묵상하고, 기도하며 기다릴 수 있도록 안내했을 것이다.

때로 우리는 원하지 않은 시련과 상처, 예상치 못한 문제가 앞에 놓이면 압도당하고 겁을 먹는다.
내게 ‘아르논 골짜기에서 차가 퍼진 사건’이 바로 그랬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 나는 웬만한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마음의 심장을 갖게 되었다.
하나님이 내게 주신 ‘담력 훈련’이 아니었을까.

손님들 앞에서 눈물을 보인 가이드는 그 순간 창피했지만,
며칠 동안 이불킥을 하며 악몽을 겪은 경험마저, 이제는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재료가 되었음을 깨닫는다.

돌발 상황, 변수…
예전에는 싫어했던 단어들이 이제는 친구처럼 느껴진다.
매번 똑같은 일만 있으면 삶은 재미없다.
새로운 변수가 있어야 삶이 맛있어지고, 여행도 즐거워진다.

‘인위적으로 나를 변수 속으로 들여보낸 사건’이었기에, 나는 성장할 수 있었다.

이제는 웃으며 말할 수 있다.


“아르논 골짜기에서 차가 퍼졌던 그날도, 내 삶의 중요한 배움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