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광야에서 배우다

2화. 모래바람과 샤워

by 봄울

요르단의 국보 1호, 유네스코 국제문화유산.

2007년 7월 7일 7시 7분 7초,

‘신(新) 7대 불가사의’로 발표된 그곳

— 페트라.


1.2km의 좁은 협곡, ‘시크(Siq)’를 따라 들어서면
영화 인디아나 존스 3: 최후의 성배의 배경이 된 알카즈네 신전이 눈앞에 나타난다.
그 웅장한 모습을 본 순간, 갑자기 모래바람이 몰아쳤다.
아랍 여성들이 하는 스카프를 꺼내 얼굴을 가리고, 바람이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

바람이 잠잠해지자 손님들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알카즈네는 ‘보물창고’라는 뜻입니다. 건물 꼭대기 항아리 모양이 보이시죠?
사람들은 그 안에 보물이 있다고 믿어 총을 쏘았지만, 절벽을 통째로 깎은 건물이기에 항아리는 깨지지 않았어요.
이곳은 그리스, 로마, 나바테안의 건축양식이 모두 어우러진 걸작입니다.”


투어를 마치고 손님들을 암만의 호텔에 모셔다 드린 뒤, 집으로 돌아왔다.
샤워기를 틀고 몸을 씻다 보니, 귓속 가득 모래가 만져졌다.


“내가 모래로 샤워를 했구나.”


피식 웃음이 났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 40년 동안 몇 번이나 샤워를 했을까?'


마실 물이 없다고 불평하던 그들.
성경에 따르면, 20세 이상 싸움에 나갈 만한 남자만 60만 명이었다.
여자와 아이, 노약자, 외국인까지 합치면 200만 명이 넘는다.
그 많은 사람들이 매일 목욕을 하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 생각이 미치자, ‘매일 씻을 수 있는 지금’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달았다.


요르단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물이 부족한 나라다.
그 땅에서 살아보니, 물 한 방울의 소중함이 절로 몸에 배었다.

모래바람이 불면 앞을 볼 수 없다.
눈을 제대로 뜰 수도, 말을 할 수도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를 마시며 손님들을 안내하다 보면
목이 칼칼해지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때 떠오른 한 문장.


“은혜는 바위 위에 새기고, 원망은 모래 위에 날려버려라.”


가이드 교육을 받을 때, 한 목사님이 하신 말씀이었다.
그 말이 모래바람 속에서 다시 내 귀에 스며들었다.
어쩌면 그날의 모래폭풍은, 내 안에 쌓인 원망과 불평, 슬픔을 덮어버리기 위해 온 하나님의 손길이었는지도 모른다.

모래는 부드럽게 나를 감쌌고, 오래된 상처와 불필요한 자존심을 갈아내며

조금씩 나를 다듬었다.
십 년 동안 요르단의 모래바람을 맞으며 나는 그렇게 조금씩 단단해졌다.


“너 그거 틀렸어. 그 마음, 이제 버려야 해.”


그건 내 안의 하나님이 나에게 하신 말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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