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모세의 마지막 발걸음, 느보산에서 배운 순종
모세가 생을 마감하기 전, 하나님께서 그에게 가나안 땅을 바라보게 하신 곳이다.
사람들은 그곳에 오면 종종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 너무 하시다. 평생 충성한 모세에게 가나안 땅 좀 밟게 해주셨으면 좋았잖아요.”
그 말이 이해되기도 했다.
그러나 가이드로서 수없이 그곳을 오가며 묵상할수록
나는 조금씩 다른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모세는 남의 땅에서 죽은 것이 아니었다.
요단강 동쪽, 바로 그 느보산 일대는 르우벤 지파와 갓 지파,
그리고 므낫세 반 지파가 기업으로 받은 땅이었다.
즉, 하나님은 모세를 약속의 땅 밖으로 버리신 것이 아니라,
이미 그가 이끌어온 백성의 땅 안에서 생을 마감하게 하신 것이다.
모세는 그곳까지 ‘자신이 감당해야 할 사명’을 완수했다.
그리고 하나님은 “이제 그만, 여기까지다” 하시며
그의 손을 놓으셨다.
성경은 말한다.
“모세의 나이 백이십 세였으나 눈이 흐리지 아니하였고, 기력이 쇠하지 아니하였더라.”
그는 늙어서 죽은 것이 아니었다.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정해진 때에 순종하며 생을 마감한 것이다.
가이드로서 나는 늘 ‘길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길을 모르면, 아무리 좋은 팀이라도 혼란에 빠진다.
모세는 광야의 길을, 여호수아는 가나안의 길을 알았다.
모세는 광야에서의 생존과 인내를 배웠고,
여호수아는 전쟁과 정복의 리더십을 준비했다.
하나님은 시대마다 ‘길을 아는 사람’을 세우신다.
그리고 모세는 그 리더십을 아름답게 ‘넘겨줄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가 위대한 이유를 그때 알았다.
그는 끝까지 ‘자신의 때를 지킨 사람’이었다.
떠날 때를 아는 사람, 내려올 때를 아는 사람.
그래서 그는 여전히 존경받는다.
박수칠 때 떠난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느보산 정상에는 ‘모세기념교회’가 있다.
어느 날 그곳을 방문했을 때, 교회 안에는 이미 여러 나라의 순례객들이 있었다.
설명을 하려 해도 공간이 비좁아, 나는 조용히 그들을 기다렸다.
그런데 내 팀은 누가 먼저 말한 것도 아닌데,
모두가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아 침묵 속에 묵상하며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날 이후 나는 손님들에게 늘 말하곤 했다.
“교회 안에 들어가면 설명보다 묵상으로 시간을 보내보세요.
그 자리가, 여러분에게 필요한 말을 해줄 거예요.”
사람들은 잘못된 행동을 쉽게 따라 하기도 하지만,
좋은 신앙의 유산과 모범적인 행동도 자연스럽게 전염된다는 걸
그때 알게 되었다.
교회가 세상에서 오해받을 때가 많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빛과 소금’으로 세상을 지탱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이제는 그들이 단지 ‘소금으로 녹아지는 삶’에 머물지 않고,
‘빛으로 드러나 하나님의 영광을 비추는 삶’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그래서 세상이 알게 되기를 바란다.
“아, 믿음이란 이런 것이구나.”
모세의 느보산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순종의 마침표이자, 하나님의 뜻을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는 쉼표였다.
그리고 나 역시, 언젠가 하나님이 “이제 그만, 여기까지다.”
하실 때,
그 말씀에 순종하며 미소로 대답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