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쉼과 묵상

19화. 버스가 퍼진 날의 기도

by 봄울

다시 가이드 일정이 잡혔던 어느 날,

나는 팀을 만나기 하루 전에 남편에게 부탁했다.


“내일 팀을 위해서 기도 좀 해줘.”


그날 밤, 남편은 이렇게 기도했다.


“하나님,
혹시 팀이 버스가 퍼지더라도 불평하지 않게 해주시고,
그 시간마저 은혜로 채워주소서.”


나는 그저 ‘혹시’를 대비한 말이겠지 하고 웃어넘겼다.
그런데 정말로, 다음 날 버스가 퍼졌다.

순례팀은 무더운 한낮의 사막 한가운데서 멈춰 섰다.
하지만 놀랍게도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
누구도 짜증을 내지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함께 찬양을 부르고, 물을 나누며 그 시간을 감사로 채웠다.

모든 상황이 정리된 후,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사실 여러분을 만나기 전에 남편에게 기도를 부탁드렸어요.
남편이 ‘버스가 퍼지더라도 불평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정말로 버스가 퍼졌네요. 그리고 아무도 불평하지 않으셨어요.”


모두가 웃으며 “정말 은혜네요!” 하고 박수를 쳤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기도는 단지 ‘문제가 없게 해달라’는 주문이 아니라,
‘문제 속에서도 은혜를 보게 해달라’는 초대였다는 것을.


요르단의 성지순례는 철저하게 통제된다.
팀 명단은 2주 전에 정부에 제출해야 하고,
방문 지역과 호텔, 일정까지 모두 보고되어야 한다.
정해진 루트 외의 곳을 가려면 다시 허가를 받아야 하기에
현지 여행사들은 혹시를 대비해 여러 지역을 미리 일정에 넣어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감사하는 팀’에게는
늘 더 많은 문이 열린다.


베드윈(사막 유목민) 마을이 길 위에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고,
그들의 양 떼가 지나는 장면을 우연히 보기도 한다.
우리가 미리 연락해서 조율할 수도 없는 일들이다.
그건 분명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장면이다.

나는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성지순례는 내 힘으로, 내 돈으로 하는 여행이 아니구나.
하나님이 허락하셔야만 볼 수 있는 여정이구나.'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가족의 부고 소식을 듣고
다시 비행기를 타야 했던 분도 있었다.
그분의 표정에는 ‘내가 왔다가 가는 이유’를 묵묵히 받아들이는 평안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혹시 성지순례를 준비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감사하는 마음’을 미리 장착하고 오시라고.


“버스가 퍼지는 게 뭐가 은혜예요?”


그럴 수도 있다.
맞다, 버스가 안 퍼지는 게 더 좋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할 수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결국 감사할 일이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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