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날 수 있기를, 시리아에서

에필로그. 아직 끝나지 않은 마음

by 봄울

이 글을 쓰는 데에는 오래 걸렸다.

2009년의 여름은 이미 먼 시간이 되었고,
사람들의 삶도 도시의 모습도
그 사이에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그 여름이 남긴 감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물레가 천천히 돌던 하마의 바람,
팔미라의 기둥 위에 내려앉던 붉은 빛,
살라딘 성에서 잠시 멀어졌다가
다시 마주 서던 마음,
그리고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았던 시간들.


그 시간들은
기억 속에서 조용히 형태를 바꾸어
내 안의 그리움으로 남아 있었다.


나는 그 그리움을
그냥 두어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기억은 기억으로,
마음은 마음으로.


하지만,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그리움은 그냥 남아 있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이야기가 되어 누군가에게 닿고 싶어 한다는 것을.


나는 이 여행을 ‘아름다웠던 시절의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저
그곳에 사람이 있었다는 것,
그 사람들은 웃었고,
차를 끓여 내어주었고,
시장을 걸었고,
아이들은 골목을 뛰어다니며 자랐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


뉴스 속 이름으로만 남아버린 도시가 아니라,
누군가가 살아가던 집과 거리와 숨결이 있었다는 사실.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아주 작게라도 관심이 된다면,
그 관심이 또 다른 이해를 만들 수 있다면,
그 이해가 작은 평화의 자리까지 닿을 수 있다면,


그것이면
충분하다.


나는 그 땅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 땅도 나를 완전히 떠나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은
완전히 닫히거나 끝나지 않는다.
그저
다른 형태로 남아
언젠가 다시 말을 건다.


이 글은
그 말에 다시 대답한 기록이다.


나는 여전히 바란다.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그 도시도,
그 사람들도,
그 시간도,
그리고
그때의 나도.


— 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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