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비를 축복이라 부르는 사람들
어느 날, 회색빛 구름이 하늘을 가득 덮고 있었다.
바람은 습기를 머금고,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말했다.
“오늘 날씨가 별로네.”
그때 택시기사가 웃으며 되물었다.
“왜? 오늘은 좋은 날인데.”
나는 창밖을 다시 보았다.
흐린 하늘,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
좋다고 말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비 오면… 불편하잖아요. 길도 막히고, 옷도 젖고.”
그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비는 복(بركة, baraka) 이야.
하나님이 땅에 생명을 다시 불어넣으시는 날이지.”
나는 그 말을 들은 순간
마음 한쪽이 조용히 멈추는 느낌을 받았다.
비를 귀찮음으로 보던 나.
비를 축복으로 보던 그.
날씨는 그대로였지만
해석이 달랐다.
그날 이후, 나는 그 택시기사의 눈을 자주 떠올렸다.
그에게 비는 번거로움이 아니라 선물이었다.
그에게 흐린 날은 지친 땅이 숨 쉬는 날이었다.
그의 말 속에는
오래된 삶의 지혜가 있었다.
“삶의 대부분은 바뀌지 않아.
바뀌는 건 우리가 그것을 보는 눈이야.”
나는 그 말 앞에서 오래 조용해졌다.
우리는 종종
좋은 날과 나쁜 날을 나누며 산다.
일이 풀리는 날은 좋은 날,
막히는 날은 나쁜 날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광야에서의 삶은
날씨가 나를 기준으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풍경이 나의 기분에 맞추어 변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내 시선이 바뀌기 시작했다.
더 이상
하루가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가 아니라,
내가 하루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내 삶을 결정한다는 것을.
비 오는 날의 골목을 다시 떠올려본다.
흙 냄새, 젖은 공기,
그리고 조용히 내리던 사막의 비.
그날 나는 깨달았다.
삶은 바뀌지 않았다.
나는 바뀌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아주 작은 문장에서 시작되었다.
“오늘은 좋은 날이야.”
이제 나는 흐린 날을 볼 때마다
그 택시기사의 미소를 떠올린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말한다.
“오늘의 나는, 무엇을 축복으로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