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에서 쉬는 법

7화. 검은 옷 속의 화려함

by 봄울

여행팀과 시리아 호텔에 머물렀을 때,

결혼을 앞둔 여성들의 파티에 초대받은 적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초대라기보다는,


“외국인은 괜찮아. 너는 들어와도 돼.”


라는 말과 함께
문을 열어주었다.

그날, 나는 한 가지를 보게 되었다.


파티장에 들어가기 전
그들은 모두 검은 아바야를 입고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을 감싸고 있는 옷.
사막에서는 흔한 풍경.
몸을 숨기고, 표정을 숨기고, 마음을 감추는 옷.


하지만 문이 닫히고
“여기 안에서는 괜찮아.”
라는 말이 들리는 순간,

그들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검은 외투는 천천히 어깨에서 미끄러져 내려왔고,
그 아래에는
형형색색의 드레스가 숨어 있었다.


선명한 파랑,
불타는 빨강,
부드러운 금빛,
하늘색 구슬들이 달린 치마.

옷뿐만이 아니었다.

목소리가 변했고,

눈빛이 달라졌고,
움직임이 살아났다.


그들은 웃고, 춤추고, 노래했다.
어깨가 풀리고, 허리가 풀리고,
마음이 풀렸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숨을 고르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아주 선명하게 느꼈다.


사람은 숨지 않아야 산다.


숨기고, 감추고, 조이고,
“괜찮은 척”하며 견디는 일은
우리를 점점 말라가게 한다.


반대로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순간,
나를 꾸미지 않아도 괜찮은 자리,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 속에서

사람은

다시 살아난다.


나는 그 방에서
한 가지를 배웠다.


쉼은 고요 속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었다.


때로는

마음껏 웃고,
춤추고,
흐트러지고,
흘러가는 중에
사람은 쉰다.


우리는 자주
쉼을 너무 조용하게만 정의한다.


하지만 어떤 쉼은
해방의 쉼이다.
나를 가두던 껍질이 벗겨지는 순간.
내가 나를 다시 만나는 순간.

검은 천 아래 숨어 있던 색들이
한꺼번에 피어오르던 그 방처럼.


그날 이후로
나는 내 안의 ‘검은 옷’을 자주 떠올린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
지켜야 하는 이미지,
스스로 만들어낸 기준들.

그리고 조용히 묻는다.


“나는 지금 무엇을 벗어야 쉬게 될까.”


그 방에서 들었던 음악은
이제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 피어오르던
여성들의 웃음,
움직임,
눈빛은
아직도 내 마음 속에서 반짝인다.

그 반짝임은 이렇게 말한다.


쉼은 숨을 되찾는 일이다.
내 안의 색을 다시 허락하는 일이다.

이전 07화광야에서 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