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것들

다시, 나를 배우는 시간

by 봄울


퇴사한 다음날,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누워 있었다.


하루에 왕복 3시간을 지하철에서 보내고,
8시간 이상을 일하고,
퇴근길에 우동집에서 허기를 채우고,
좁은 집에서 빨래하고, 씻고,
조금이라도 숨을 쉬기 위해
책 한 줄을 읽고,

그리고
생존일기처럼 짧은 영상을 남기던 나.


나는 늘 쉬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살기 위해 일했고,
버티기 위해 잠들었고,
내일을 위해 오늘을 쏟아야 했던 시간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는 시간은
그저 쉬는 시간이 아니라
다시 사람이 되는 시간이었다.

침대 위에서 가만히 누워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더 자도 되는구나.”


누가 재촉하지 않았고,
누가 보고하라 말하지 않았고,
누가 비교하지 않았고,
누가 계획을 세우라 강요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는 속도는

마음의 박동과 같았다.

천천히.
조용히.
스스로의 속도로.


오랜만에
몸이 아니라
마음이 눕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종종
‘쉬는 것’을 게으름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쉬는 것은
무너진 것을 다시 붙이는 일이고,
부서진 마음이 스스로 제 모양을 찾아가는 시간이다.


쉼은 회피가 아니었다.
쉼은 회복의 시작이었다.


그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고
아무 역할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사람으로 누워 있었다.


그리고
그게 살아짐이었다.


쉼은 회피가 아니라, 돌아오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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