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성장의 시간
내 몸에는 여전히 멍자국이 남아 있었다.
팔을 잡아끌던 손의 힘이 그대로 찍혀 있는 듯한 자국이었다.
사진도 찍어두었다.
‘신고할까?’
머릿속을 스쳐갔다.
하지만
나는 하지 않았다.
많은 피해자들이
부당함을 당해도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를
그때야 비로소 알았다.
그 싸움을 하기 위해서는
다시 그 고통의 자리로 되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보기 싫은 얼굴을 다시 마주쳐야 하고,
그때의 상황을 다시 설명해야 하고,
내가 당한 모욕과 공포를
또 한 번 몸으로 기억해야 한다.
그 과정은
몸에도, 마음에도
한 번 더 상처를 입는 일이다.
그리고
그 싸움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은 결국 생존과 연결된 자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늘 일하지 않으면
내일의 생활이 유지되지 않는다.
대출금, 공과금, 세금,
집세, 식비, 아이들, 취사, 생존.
우리는 살아야 했다.
나 역시 그랬다.
나는 이미 부서진 몸을 끌고 있었고,
마음은 겨우 숨을 쉬는 상태였고,
당장 ‘이제 어떻게 살아갈까’를 생각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결론 내렸다.
내 체력은 나를 살리는 데 쓰겠다.
내 에너지는 나를 다시 세우는 데 쓰겠다.
그 사람을 상대하는 데 쓰는 것이 아니라,
그 상처를 붙잡고 울어야 하는 데 쓰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다시 일으키는 데 쓰겠다고.
그 선택은
도망이 아니었다.
그건
나를 살리는 선택이었다.
때로는
싸우는 것이 용기고
맞서는 것이 정의일 때도 있지만,
어떤 순간에는
돌아서 나오는 것이
하나님이 가르치시는 가장 큰 용기일 때도 있다.
나는 그때
싸우는 대신 살아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