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나도 해냈다’ 바디프로필의 날
몸보다 마음이 먼저 떨렸다.
그날까지 오기까지 수많은 순간들이 스쳐갔다.
도망치듯 집을 나와 잠만 자던 날,
울며 운동을 다시 시작하던 밤,
달리기 중에 쓰러질 것 같던 날,
그리고 다시 일어나던 날.
촬영 스튜디오는 낯설고 차가웠다.
예약했던 곳이 폐업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리 예약을 해둔 덕분에 외부 사진작가를 고용해서
간신히 찍게 된 상황이었다.
그마저도 내게는 ‘하나의 문장’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기회였다.
조명을 받고 서 있으려니 눈물이 났다.
‘나도 해냈다.’
그 말이 마음속에서 저절로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 눈물에는 기쁨만이 아니라 슬픔도 섞여 있었다.
이 모든 걸 함께 축하해 줄 가족이 없었다.
나는 가족을 떠나서 나를 세운 사람이었으니까.
바디프로필은 내게 증명서이자 고백이었다.
“나는 이만큼 나를 다시 일으켰어요.”
하지만 동시에
“이건 혼자의 싸움이었어요.”라는 외로움이 함께 있었다.
사진을 찍고 돌아오는 길에
휴대폰 속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근육의 윤곽보다 먼저 보였던 건
그동안의 내 표정이었다.
지친 얼굴이지만,
어딘가 단단해진 눈빛이 있었다.
나는 그날 이후 바디프로필을 자주 꺼내보지 않았다.
그 사진은 내게 ‘끝’이 아니라 ‘과정의 기록’이었다.
증명보다 중요한 건
그 과정을 버티며,
'살아남은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