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찐 살을 빼야, 몸의 찐 살도 빠진다.

10화. ‘나도 해냈다’ 바디프로필의 날

by 봄울

촬영을 앞둔 아침, 나는 거울 앞에 섰다.

이 몸이 맞나 싶었다.

92kg에서 시작한 몸은 어느새 단단한 선을 가지고 있었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떨렸다.

그날까지 오기까지 수많은 순간들이 스쳐갔다.

도망치듯 집을 나와 잠만 자던 날,
울며 운동을 다시 시작하던 밤,
달리기 중에 쓰러질 것 같던 날,
그리고 다시 일어나던 날.


촬영 스튜디오는 낯설고 차가웠다.
예약했던 곳이 폐업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리 예약을 해둔 덕분에 외부 사진작가를 고용해서
간신히 찍게 된 상황이었다.
그마저도 내게는 ‘하나의 문장’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기회였다.

조명을 받고 서 있으려니 눈물이 났다.


‘나도 해냈다.’


그 말이 마음속에서 저절로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 눈물에는 기쁨만이 아니라 슬픔도 섞여 있었다.

이 모든 걸 함께 축하해 줄 가족이 없었다.
나는 가족을 떠나서 나를 세운 사람이었으니까.
바디프로필은 내게 증명서이자 고백이었다.


“나는 이만큼 나를 다시 일으켰어요.”


하지만 동시에
“이건 혼자의 싸움이었어요.”라는 외로움이 함께 있었다.

사진을 찍고 돌아오는 길에
휴대폰 속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근육의 윤곽보다 먼저 보였던 건
그동안의 내 표정이었다.


지친 얼굴이지만,
어딘가 단단해진 눈빛이 있었다.

나는 그날 이후 바디프로필을 자주 꺼내보지 않았다.
그 사진은 내게 ‘끝’이 아니라 ‘과정의 기록’이었다.


증명보다 중요한 건
그 과정을 버티며,
'살아남은 나’였다.


나는 몸을 찍은 게 아니라,
다시 일어난 나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