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악마 다루기

2화 - 무기력

by 봄울

오늘의 악마는 무기력이었다.
그 녀석은 갑자기 오지 않는다.
조용히 스며든다.
처음엔 그냥 “조금 피곤하네”로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새 하루 전체가 멈춰 있다.

무기력은 말수가 적다.


“그만해. 다 필요 없어.”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모든 의지가 눕는다.
해야 할 일도, 좋아하던 일도, 전부 회색으로 변한다.


불안은 시끄럽게 떠드는데,
무기력은 아무 말 없이 공기를 묵직하게 만든다.
그래서 더 무섭다.
조용히 나를 꺼버리니까.


나는 오늘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침엔 할 일을 적었고, 점심엔 그걸 지워버렸다.


“내가 왜 이렇게 게을러졌지?”


그 생각이 또 나를 더 무겁게 눌렀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게으름이 아니라, 기운이 떨어진 것뿐일지도 모른다.


스마트폰 배터리도 다 닳으면 꺼지는데,
나는 왜 늘 100%로 살아야 한다고 믿었을까?


커피를 내리고, 아무 말 없이 향만 맡았다.
그게 오늘 내가 한 유일한 행동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향이 조금 따뜻했다.


“아, 나 아직 살아있구나.”


그 순간이 있었다.

무기력은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너무 오래 애쓴 결과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렇게 버티다 보니, 마음이 스위치를 꺼버린 거다.
잠시 쉬게 하려고.

그래서 나는 오늘, 무기력과 싸우지 않았다.
그냥 옆에 앉혀두었다.


“그래, 오늘은 네가 좀 앉아 있어.
대신 내일은 나한테 자리 좀 내줘.”


그렇게 말했더니,
무기력이 살짝 미소 짓는 것 같았다.


“무기력은 게으름이 아니라,
마음이 쉬자고 보내는 신호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