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악마 다루기

3화 - 불안

by 봄울

오늘의 악마는 불안이었다.
그 녀석은 문도 두드리지 않는다.
그냥 스며든다.
눈을 뜨자마자 귓가에 속삭인다.


“그 메일 답장했어?”
“그 사람 어제 표정, 좀 이상하지 않았어?”
“요즘 넌 왜 이렇게 조용해졌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미 머릿속은 긴급상황이었다.

불안은 나를 ‘예상 전문가’로 만든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수십 가지 버전으로 시뮬레이션한다.
혹시, 만약, 그럴지도 몰라.
그렇게 하다 보면 현실보다 상상의 피로가 더 크다.

나는 커피를 내리며 생각했다.


“불안은 참 성실하다.
일어나지 않은 일까지 걱정하니까.”


문제는, 그 걱정이 내 하루를 다 써버린다는 거다.

점심쯤 되면 불안은 목소리를 키운다.


“너 지금 이렇게 한가해도 돼?”
“그 사람은 너보다 앞서가고 있어.”
“넌 항상 뒤처지잖아.”


나는 대답도 못 하고,
그냥 핸드폰 화면만 들여다본다.
SNS 속 사람들은 다 웃고 있는데
나만 제자리인 기분.


불안은 내 손목을 꽉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퇴근길, 나는 그 녀석에게 물었다.


“너는 왜 그렇게 시끄럽니?”
“네가 나를 믿지 않으니까.”


그 대답에 멈췄다.
불안은 나를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믿지 못하는 틈새로 들어오는 감정이었다.


“괜찮을 거야.”라는 확신이 없는 마음,
그 빈자리를 불안이 메우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오늘은 불안을 쫓지 않았다.
그냥 옆자리에 앉혔다.


“그래, 너도 걱정 많지. 근데 나도 알아.
조금은 괜찮을 거야.”


그 말을 스스로에게 하자
불안이 잠깐 조용해졌다.
사라진 건 아니지만,
내 안에서 조금 작아졌다.


“불안은 나를 망치려는 감정이 아니라,
아직 나를 완전히 믿지 못한 마음의 떨림이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