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 착한 사람 콤플렉스
그 녀석은 아주 점잖고, 예의 바르다.
언제나 미소 짓고, 남의 눈치를 보며 이렇게 말한다.
“그냥 네가 한 번 더 참아.”
“그 사람 입장도 생각해야지.”
“싫다고 하면 분위기 이상해질걸?”
"너 교회 다니잖아?"
그 말이 어쩐지 옳게 들린다.
결국 오늘도 나는 내 감정을 조용히 삼켰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의 특징은
자기감정보다 타인의 감정에 더 익숙하다는 것이다.
누가 화나면 바로 공기부터 살피고,
상대가 불편해하면 내 잘못부터 찾는다.
그래서 늘 미소 짓는다.
근데 그 미소에는 체력이 든다.
웃을수록 마음이 조금씩 마모된다.
나는 종종 내 얼굴이 나보다 먼저 웃고 있다는 걸 느낀다.
입꼬리는 예의 바르고, 눈은 피곤하다.
그때 마음속의 내가 속삭인다.
“나, 이제 좀 쉬고 싶어.”
하지만 겉의 나는 여전히 웃는다.
“나까지 힘들면 안 되잖아.”
그게 착한 사람의 비극이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는
세상에서 제일 열심히 일하는 악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모두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문제는, 그 ‘모두’ 안에 정작 내가 빠져 있다는 것.
오늘은 달라지기로 했다.
“그래, 오늘은 한 번쯤 나쁜 사람 해보자.”
그래서 ‘괜찮아요’ 대신 ‘오늘은 힘들어요’라고 말했다.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왔을 때,
세상은 놀랍게도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숨 쉬기 편해졌다.
착하다는 건 나쁜 게 아니다.
다만, 그 착함이 나를 지우는 방식이라면 조금 곤란하다.
진짜 착함은
나를 지키면서도 다정할 수 있는 힘이다.
오늘 나는 그 힘을 아주 조금,
조용히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