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 괜찮은 척
그 녀석은 늘 예의 바르고, 단정하다.
누가 “요즘 어때?” 물으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다.
“괜찮아요.”
그 말이 입에 너무 익어서
이제는 진짜 감정보다 먼저 튀어나온다.
괜찮은 척은 사회생활의 유니폼이다.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어른처럼 보이고,
침착해야 믿음직해 보이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다들 “괜찮아요”를 입고 출근한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그 유니폼에는 얼룩이 남아 있다.
속이 답답하고, 피곤하고,
괜히 눈물이 날 때도 있다.
그런데 그때조차 나는 또 속삭인다.
“그래도 난 괜찮아야지.”
사실 괜찮은 척은
나를 지키려는 생존법이었다.
“괜찮아요.”는 일종의 안전벨트 같은 말이다.
그걸 풀면 감정이 쏟아질까 봐,
그냥 계속 맨 채로 살아온 것이다.
하지만 오래 매고 있으면
호흡이 점점 가빠진다.
누군가 “정말 괜찮아?”라고 물어봐주면,
그제야 벨트를 풀고 한숨처럼 말이 새어 나온다.
“사실은, 좀 힘들어요.”
그 말 하나로 세상이 무너지진 않았다.
오히려 어깨가 조금 가벼워졌다.
괜찮은 척은 나쁜 게 아니다.
그건 나를 버티게 해 준 작은 갑옷이었다.
다만, 영원히 벗지 못하면 내 진심도 함께 잠긴다.
그러니까 가끔은 벗어도 된다.
조용히, 안전한 자리에서.
눈물로라도 나를 씻어내는 날이 있어야 한다.
오늘은 나에게 말했다.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 말을 하자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내가
조금 더 솔직하게 숨 쉬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