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강박관념
그 녀석은 늘 속삭였다.
“이 정도는 해야지.”
“혹시 모르잖아.”
“안 하면 더 불안해질걸?”
그래서 나는
이미 충분히 했는데도 한 번 더 확인했고,
이미 괜찮은데도 다시 고쳐봤고,
이미 넘긴 일인데도 마음속으로 되감았다.
강박관념은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대신 아주 예의 바르게 말을 건다.
“너를 위해서야.”
“후회하지 않으려고 그러는 거잖아.”
“완벽하진 않아도, 적어도 안전하게는.”
그 말이 그럴듯해서
나는 늘 그 녀석의 손을 잡고 움직였다.
문을 나서며 가스 밸브를 확인하고,
뒤돌아서서 한 번 더 보고,
그래도 불안해서 다시 돌아온다.
확인하고 나면 잠깐 안심된다.
아주 잠깐.
그 다음엔
다시 불안이 올라온다.
마치 강박관념이 일부러
안심의 유효기간을 짧게 설정해둔 것처럼.
그때 깨달았다.
이건 신중함이 아니라
불안이 시키는 노동이라는 걸.
강박관념은
나를 안전하게 해주지 않았다.
다만 불안을 잠시 미뤄줄 뿐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아주 작은 실험을 했다.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을 때
하지 않았다.
불안이 남아 있는 채로
그냥 두었다.
심장이 좀 빨리 뛰었고,
머릿속은 시끄러웠다.
하지만 세상은
무너지지 않았다.
강박관념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다만
내가 그 명령을 전부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걸
처음으로 배운 날이었다.
강박관념은 말한다.
“이걸 안 하면 큰일 날 거야.”
하지만 오늘의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불안해도, 안 해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