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악마 다루기

12화. 악마를 다루는 기술

by 봄울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없애려고 할수록

오히려 더 또렷해진다.


밀어내면 더 밀어붙이고,
부정하면 더 크게 증명하려 한다.

나는 한동안
악마를 이기려 했다.

불안을 없애려 했고,
강박을 끊어내려 했고,
괜찮지 않은 마음을 고쳐보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싸울수록 지쳤다.


그때 알았다.

악마는 퇴치의 대상이 아니라
관계의 대상이라는 걸.

다루는 법은
세 가지에서 시작된다.




1. 이름 붙이기


“나 왜 이래.”


라고 말하는 순간
악마는 커진다.

하지만


“아, 지금 불안이 올라왔구나.”

“강박이 또 명령하네.”


라고 말하면
거리가 생긴다.

이름을 붙이는 순간
나는 악마가 아니게 된다.

그건 ‘나’가 아니라

‘내 안에 올라온 어떤 마음’일 뿐이다.



2. 전부 따르지 않기


악마는 늘 전부를 요구한다.


“지금 당장 해결해.”
“완벽하게 해.”
“확실해질 때까지 반복해.”


하지만 우리는
전부 따르지 않아도 된다.

8할만 해도 된다.
조금 남겨둬도 된다.
불안을 조금 데리고 있어도 된다.


다루는 법은
완벽한 통제가 아니라
부분적 불복종이다.




3. 정죄하지 않기


악마보다 더 무서운 건
“왜 아직도 이러냐”
자기비난이다.


불안이 올라와도
강박이 속삭여도
그걸로 나를 심판하지 않는다.


“그래, 올라왔네.”
“그래도 괜찮아.”


그 말 한마디가
악마의 힘을 절반으로 줄인다.

악마는
내가 약해서 오는 게 아니다.

살아내느라 생긴
생존의 습관일 뿐이다.

그러니 몰아낼 필요도 없고,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다루는 법은
싸움이 아니라 태도다.

나는 이제 안다.


악마가 속삭여도
전부 믿지 않아도 되고,
전부 따르지 않아도 되고,
전부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그게
내가 배운 첫 번째 기술이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걸 배우자

악마는
조금 조용해졌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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