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마음의 의자 하나 비워두기
불안이 앉는 자리,
강박이 앉는 자리,
자기비난이 차지하려는 자리.
예전의 나는
그 의자들을 밀어내려 했다.
“여긴 네 자리 아니야.”
“나가.”
“조용히 해.”
그런데 밀어낼수록
더 세게 문을 두드렸다.
그래서 어느 날
방법을 바꾸었다.
쫓아내는 대신
의자 하나를 조용히 비워두었다.
“그래, 올라왔구나.”
“잠깐 앉아 있다 가.”
이상하게도
그 말을 하자
마음이 덜 소란스러웠다.
불안은
쫓겨날 때 더 시끄럽고,
허용될 때 조금 조용해진다.
나는 이제 안다.
내 마음은
완벽하게 깨끗해야 하는 방이 아니라
잠시 머물다 가는 감정들이
드나드는 공간이라는 것을.
의자를 비워둔다는 건
굴복이 아니다.
그건
내가 주인이라는 선언이다.
앉을 수는 있지만
집주인은 아니다.
강박이 와도
영원히 머물 수는 없고,
자기비난이 와도
계약서를 쓴 건 아니다.
나는 그저 말한다.
“여긴 내 마음이야.
잠깐 쉬었다 가도 되지만
나를 몰아내진 못해.”
그 말을 할 수 있게 되자
마음이 조금 넓어졌다.
감정을 없애지 않아도
나는 무너지지 않았다.
불안을 다 없앤 뒤에야 평안해지는 게 아니라
불안이 앉아 있어도
평안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걸
조금씩 배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