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악마 다루기

14화. 감정을 관리하지 말고 흘려보내기

by 봄울

예전의 나는
감정을 관리하려고 했다.


화를 줄이려 했고,
불안을 통제하려 했고,
슬픔을 빨리 정리하려 했다.


“이 정도면 그만해야지.”
“왜 이렇게 오래 가.”
“어른이면 조절해야지.”


나는 감정을
문제처럼 다루었다.

빨리 고쳐야 할 것,
정리해야 할 것,
통과해야 할 시험처럼.


그런데 이상했다.

꾹 누를수록
더 오래 남았다.

억지로 정리할수록
다른 모양으로 돌아왔다.


그제야 알았다.

감정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흐름의 대상이라는 것을.




비가 오면
하늘을 고칠 수는 없다.

대신
우산을 쓰고 지나가면 된다.


슬픔이 올라오면
없앨 수는 없다.

대신
그 자리에 잠시 서 있으면 된다.


불안이 밀려오면
논리로 이길 수는 없다.

대신
몸이 진정될 때까지
조용히 숨을 쉬면 된다.


감정을 통제하려는 마음은
사실 두려움이었다.


“이 감정이 나를 망가뜨리면 어쩌지.”


하지만 나는 이제 조금 안다.

감정은
나를 망가뜨리러 오는 게 아니라
지나가려고 오는 것이다.


흐르게 두면
머문다.

붙잡으면
고인다.


그래서 오늘은
관리하지 않기로 했다.

눈물이 고이면
그냥 두었다.

답답함이 올라오면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지금 이런 마음이구나.”


그 한 문장이
통제보다 더 큰 힘이 되었다.

감정을 다스리는 게 성숙이 아니라,
감정을 흘려보낼 수 있는 여유가
성숙인지도 모른다.


오늘의 나는
조금 덜 관리하고
조금 더 흘려보낸다.


그리고 알게 된다.

흐르는 마음 위에서도
나는 충분히 서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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