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불완전한 평화의 기술
문제가 다 해결되고,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때
그때야 비로소
평안해질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불안은 형태만 바꿔 돌아왔고,
문제는 하나가 끝나면
다른 얼굴로 찾아왔다.
그래서 나는
평화를 미뤄두고 살았다.
“조금만 더 괜찮아지면.”
“이 일만 지나가면.”
“마음이 완전히 정리되면.”
그때 알았다.
그건 평화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평화를 조건부로 미루는 일이었다는 걸.
불완전한 평화는
문제가 없는 상태가 아니다.
문제가 있어도
나를 전부 흔들어놓지 못하는 상태다.
불안이 있어도
숨은 쉴 수 있고,
눈물이 있어도
밥은 먹을 수 있고,
마음이 복잡해도
오늘을 살아낼 수 있는 것.
그게
내가 배워가는 평화다.
예전에는
마음이 시끄러우면
평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안다.
시끄러운 마음 안에서도
조용한 중심은 남아 있다는 것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고,
두려워도 멈추지 않는 것.
불완전한 채로 서 있는 힘.
평화는
감정이 사라진 뒤에 오는 게 아니라,
감정과 함께 서는 법을 배울 때
조용히 자리 잡는다.
그래서 오늘은
완벽해지려고 애쓰지 않는다.
조금 흔들리고,
조금 부족하고,
조금 불안한 상태 그대로
그 위에
조용히 평화를 올려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