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악마 다루기

9화 — 통제 욕구

by 봄울

오늘의 악마는 통제 욕구였다.

그 녀석은 아침부터 체크리스트를 들고 찾아왔다.


“오늘 일정은?”
“이건 언제 끝낼 거야?”
“혹시 변수가 생기면?”


그 질문들에 답하지 못하면 불안해졌다.
그래서 나는 계획을 세우고, 또 세웠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계획을 세울수록 마음은 더 복잡해졌다.


통제 욕구는 단정한 척하지만,
속은 늘 초조하다.
모든 일이 내 뜻대로 흘러가야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사람의 말, 날씨, 시간까지
모두 내 계획표 안에 넣으려 한다.


하지만 세상은 늘 일정표를 무시한다.

비는 갑자기 오고,
사람은 마음을 바꾸고,
나는 그 앞에서 다시 화가 난다.


“왜 다들 내 계획을 모르는 거야?”


사실은 그들이 모르는 게 아니라,

세상은 나의 스케줄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단순한 진리를
내가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이다.

통제 욕구는 불안의 가면을 쓴다.


“통제해야 안전하다.”


그 말이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통제에는 반드시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따라온다.
그걸 인정하지 못하면,
나는 늘 세상을 탓하며 살게 된다.

나는 오늘 통제 욕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래, 네 말대로 다 맞춰보자.
근데 오늘 하늘은 내가 통제 못해.
그러니까 그냥 흐려도 괜찮다고 하자.”


그 말을 하자,
마음이 조금 느슨해졌다.
체크리스트의 빈칸이
이상하게 여유롭게 보였다.


세상을 다 조정할 순 없지만,
내 호흡은 조정할 수 있다.
일정은 바뀔 수 있지만,
내 태도는 선택할 수 있다.


오늘 나는 세상을 통제하는 대신,
나의 반응을 다루는 연습을 했다.
그게 진짜 통제의 시작이라는 걸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세상을 통제하려 애쓰기보다,

오늘의 나를 다루는 게 진짜 평화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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