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악마 다루기

8화 — 후회

by 봄울

오늘의 악마는 후회였다.

그 녀석은 과거의 냄새를 풍기며 찾아온다.
늘 그 시점으로 나를 데려간다.
그때 그 말,
그때 그 표정,
그때 하지 말았어야 했던 행동들.


후회는 시차가 없다.
몇 년 전 일이든, 어제 일이든
그 순간으로 데려가면 공기의 온도까지 생생하다.
나는 거기서 늘 같은 말을 한다.


“그때 왜 그랬을까.”


그리고 후회는 그 말에 조용히 미소 짓는다.


“그러니까, 다음엔 잘하자.”


그 말이 틀린 건 아닌데,
문제는 그 ‘다음’이 오기 전에
나는 이미 스스로를 수없이 자책한다는 것이다.


후회는 나를 괴롭히는 게 아니라,
사실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의 그림자다.
그래서 완전히 없앨 수도, 모른 척할 수도 없다.

하지만 문제는
후회가 너무 오래 머무를 때다.
그때부터 과거는 교훈이 아니라 족쇄가 된다.

나는 가끔 후회에게 이렇게 말해본다.


“그래, 네 말이 맞아.
근데 그때의 나는, 그게 최선이었어.”


후회는 잠시 멈춘다.
그리고 조금은 표정을 누그러뜨린다.
그때서야 나도 알게 된다.
후회는 과거의 내가 아닌, 지금의 내가 나를 용서하지 못한 흔적이라는 걸.


오늘은 그 시절의 나를 불러봤다.
어설펐지만, 진심이었던 나.
두려웠지만, 최선을 다했던 나.
그 아이에게 조용히 말했다.


“괜찮아.
그때의 너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


그 말을 하자 후회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사라졌다.


“후회는 나를 가두려는 감정이 아니라,
과거의 나를 이해해달라는 마음의 편지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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