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이 느린 남매 육아일지

물을 채워야 해요!

by 봄울

지난주 아침, 첫째 아들은 등원을 기다리며 킥보드를 타고 놀고 있었다.

활동보조 선생님이 오기 전까지는

렇게 산책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곤 한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자,

아이가 황급히 나를 불렀다.

“엄마, 여기 좀 와보세요!”
“무슨 일이야?”
“강물이 말랐어요!”

집 앞 농수로는 바닥이 보일 만큼

물이 줄어 있었다.
아이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그러더니 수도관의 수도꼭지를 틀어

물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아들, 이거 왜 틀었어?”
“물이 말랐잖아요. 얼른 채워야 해요.”

그 말에 웃음이 터졌다.


“이걸로 물을 채울 순 없어.”


나는 수도꼭지를 잠그며 말했다.

아이는 순수했다.

세상을 자기 힘으로 채워보려는

그 마음이 참 예뻤다.

잠시 후, 나는 물었다.


“아들은 엄마 좋아?”
“네.”
“왜 좋아?”
“사랑하니까요.”
“엄마는 어떤 사람이야?”
“예쁜 사람!”

몸무게 80kg이 넘는 ‘현실의 나’는 아이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아이의 말 한마디면 나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사람이 된다.
그 사랑이 내 자존감을 채워주었다.

하지만 그런 아들과 지난주 두 번이나 다투었다.
태블릿에 ‘ㅁ’을 써야 하는데 자꾸 동그라미를 그렸다.
지친 나는 천천히 가르쳐줄 에너지가 없었다.

“나 안 해! 안 할래!”
“하지 마!”


어르고 달랬어야 하는데
결국, 나는 마음의 벽을 치고 말았다.

다행히 한 시간 안에 서로 사과하고 화해했지만, 다음날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나는 에너지가 없었고, 아이는 놀고 싶어서

몰래 숙제를 다 한 척했다.


아이는 엄마를 위해 잠을 자기 위한 이불을 펴는 일을 도와주었지만, 나는 거짓말만 문제 삼았다.

“엄마 너무해! 나 상처받았어.”


그날 밤, 아이는 아빠 방으로 갔다.

왜 잘하고 있는 건 칭찬해주지 못했을까?

그날 자기 전에도, 아침이 되어서도

나는 아이에게 사과를 했다.

엄마가 편협했으니까.

며칠 후 참관수업이 있었다.
아이의 교실에서 나는 아이가 집중하며

발표하는 모습을 봤다.
잘하고 있었다.

물 마른 강가를 채우려 수도꼭지를 돌리던 그날처럼,
아이는 매일 엄마의 마음을 조금씩 채우고 있었다.

서툰 엄마라서 실수도 많지만,

사랑하는 엄마에게 용서도 잘해주는 착한 아들의
그 마음 덕분에 오늘도 나는 다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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