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이 느린 남매 육아일지

스티커가 뭐길래?

by 봄울

첫째 아이에게는 작은 보상이 있다.
하루 동안 공부를 잘 마쳤거나, 착한 일을 하거나, 교회에서 예배를 잘 드리면 스티커를 한 장씩 붙여준다. 스티커를 30개 모으면 소원 하나를 들어주는 방식이다. 아이의 소원은 언제나 장난감. 그래서 벌써 두 번이나 장난감을 받았다.

스티커를 받은 날이면, 아이는 늘 이렇게 묻는다.


엄마, 제가 무엇을 하면 스티커를 더 받을 수 있을까요?”


장난감에 대한 바람이 큰 탓인지, 설거지를 돕겠다며 어린 손으로 고무장갑을 끼고, 청소를 하겠다며 빗자루를 들고 다닌다.

오늘은 주일이었다.
예배가 끝난 뒤 둘째 아이를 먼저 데리고, 첫째가 있는 유년부실로 향했다. 이미 많은 아이들이 집에 돌아간 뒤였다. 교실 문틈으로 보이는 첫째의 표정이 왠지 흐려 보였다.


아들, 무슨 일 있어?”

조금 머뭇거리던 아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은… 오늘 선생님께 화를 냈어요. 그리고 예배 시간에 잠깐 밖에 다녀왔어요. 엄마… 저 오늘 스티커 못 받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옆에서 우리 아이를 따로 챙겨주시는 전직 교장선생님 출신의 선생님이 다가오셨다.


“하울이 오늘 100점이에요.”


환하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나는 아이에게 들은 이야기를 조심스레 전했다.


“아… 얘기했구나.”


선생님은 잠시 웃으시고는 이어 말씀하셨다.


밖에 나가긴 했지만, 그 뒤로는 마음을 잘 가라앉히고 예배에 다시 집중했어요. 그게 참 기특했어요.”

하지만 아이는 우리의 대화를 전부 듣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엄마… 저 진짜 스티커 못 받아요…?”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그건 네가 스스로 생각해 봐.”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늘은 스티커는 쉬고, 다음에 더 잘해보자.”


아이는 눈물이 고인 채로 천천히 고개를 떨궜다.

주차장 쪽으로 걸어가는 동안 아이는 계속해서 묻고 또 물었다.


“엄마, 진짜 스티커 안 돼요…?”


나는 같은 말만 반복했다.


“네가 스스로 생각해 봐.”

사실 아이도 알고 있었다.
오늘 내 행동은 스티커를 받을 행동이 아니라는 걸.
하지만 혹시나… 엄마가 은혜를 베풀어주지 않을까, 마음 한 켠에 기대가 조금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때, 계단 앞에 사탕 껍데기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아이의 발끝이 그것을 건드리려 하기에 말했다.


“쓰레기는 그냥 두는 게 아니라, 주워야 해.”

아이는 조심스럽게 몸을 숙여 사탕 껍데기를 집었다.
그리고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또 다른 작은 쓰레기까지 찾아 주었다.
쓰레기통 앞에 서서 손을 쭉 뻗어 넣는 그 모습이, 묵묵하고 진지했다.

나는 그 순간 아이의 표정과 마음을 보았다.
울음을 삼키고, 그래도 엄마의 말에 순종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려는 마음.

“쓰레기 잘 주웠으니까… 스티커 하나 붙여줄게.”

정말요?”


환하게 밝아진 얼굴을 보며 나는 잠시 숨을 골랐다.

스티커 한 장이 뭐라고,
아이의 하루가 울고 웃는다.

그래도 안다.
이 작은 스티커를 통해
우리는 오늘도 사랑을 배우고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규칙을 가르치는 일과
은혜를 보여주는 일 사이에서
나는 오늘도 멈춰 섰다.

그리고 조용히, 은혜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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