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전엔 특별한 일이 있어야만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사랑, 이별, 여행, 혹은 인생의 큰 깨달음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니,
진짜 글감은 아주 사소한 곳에 숨어 있었다.
아침에 아이가 흘린 우유 한 방울,
출근길 횡단보도에서 스친 바람,
커피를 내리는 동안 들려오는 주전자 소리.
그 모든 순간이 내 마음의 온도를 알려주는 신호였다.
글을 쓰기 전에는 그런 것들을 그냥 흘려보냈다.
너무 평범해서, 이야기감이 안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하루의 끝에 그런 사소한 장면들을 적어 내려가다 보니
그 속에 ‘내가 살아 있는 이유’가 있었다.
예를 들어,
“오늘은 하늘이 조금 더 맑았다.”
이 한 줄만 적어도 마음이 달라진다.
그건 단순한 날씨 기록이 아니라,
‘오늘의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기 때문이다.
내가 느낀 공기, 내 눈에 비친 색,
내 안의 생각들이 그 문장 안에 스며 있다.
글을 쓰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무심히 지나치던 장면들이 나에게 말을 건다.
“나를 기억해 줘.”
그 말에 응답하는 게, 글쓰기다.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저는 쓸 이야기가 없어요.”
하지만 정말 그런 걸까?
이야기가 없는 게 아니라, ‘멈추지 못하는 것’ 아닐까?
잠깐 멈춰서 바라보면,
모든 것은 이야기의 씨앗이 된다.
글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지나간 순간을 붙잡는 기술’이다.
우리가 자주 잊는 건, 바로 그 평범한 순간들이다.
글을 쓰면 그 순간들이 나를 잊지 않게 만든다.
오늘도 나는 평범한 하루를 살았다.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마음은 풍성하다.
왜냐면 그 평범한 하루를
글로 붙잡아 두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