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읽기만 하던 내가, 드디어 쓰기 시작했다

by 봄울

나는 늘 책을 읽는 사람이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잠들기 전 침대 위에서, 카페 구석 자리에서.
책 속 인물들이 대신 살아주는 인생을 바라보며 위로를 받았다.


그들의 문장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었고,
그들의 고백 속에서 나의 마음을 발견하곤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책을 덮을 때마다 마음이 조금 허전했다.
읽은 만큼 채워져야 하는데, 오히려 텅 비어 가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나는 너무 오래 ‘읽기만’ 해왔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생각 속에서만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글쓰기를 시작한 건 아주 사소한 계기였다.

하루가 너무 반복되고, 마음이 무기력했던 어느 밤,
그냥 오늘 있었던 일을 몇 줄 적어보았다.


“오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한 문장을 쓰고 나서야 알았다.
사실 아무 일도 없었던 게 아니라,
내가 ‘느끼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걸.

그날 이후로 나는 매일 짧은 글을 썼다.

때로는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을,
때로는 내 안에서 끓어오르는 생각을,
때로는 단순히 하늘색이나 커피 향에 대한 기록을.
쓰는 일은 거창한 일이 아니었다.
그저 ‘지금의 나’를 바라보는 일이었다.


글을 쓰기 시작하니 세상이 달라 보였다.
버스 창문 너머의 풍경이 문장이 되고,
아침 햇살이 제목이 되었고,
아이의 웃음이 문단의 끝을 장식했다.

이전에는 지나쳤던 장면들이 내 안에 말을 걸어왔다.
글을 쓴다는 건,
세상을 다시 느끼는 감각을 회복하는 일이었다.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묻는다.


“글을 잘 써야 쓸 수 있는 거 아니에요?”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아니요, 글을 써야 잘 쓰게 되는 거예요.”


글쓰기는 연습이 아니라 ‘삶의 태도’다.

문장이 어색해도 괜찮고, 표현이 서툴러도 괜찮다.
중요한 건 ‘시작’이다.

읽기만 하던 내가 펜을 들었을 때,
비로소 내 이야기가 세상에 태어나기 시작했다.

이제 나는 안다.
읽는 것만으로는 내 인생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글을 써야만, 나의 생각과 감정이
조용히 제자리를 찾아간다는 걸.

오늘도 나는 조용히 노트를 편다.


하루를 다시 살아내기 위해,
그리고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나기 위해.

목,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