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냥 쓰고 싶어서 썼다.
쌓여가는 글이 좋았고,
누군가 읽어주는 게 고마웠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글이 달라 보였다.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나를 드러내는 언어가 된 것이다.
사람마다 말투가 다르듯,
글에도 ‘그 사람의 목소리’가 있다.
어떤 글은 단정하고, 어떤 글은 따뜻하다.
어떤 문장은 논리로 설득하고,
어떤 문장은 고백으로 사람을 끌어안는다.
나에게도 그런 고유한 톤이 있다는 걸
글을 계속 써오며 비로소 알게 되었다.
처음엔 남의 글을 많이 흉내 냈다.
유명 작가의 문장 구조를 따라 쓰고,
누군가의 스타일을 입어보기도 했다.
그렇게 배우는 것도 필요했다.
하지만 결국 ‘내 글’은,
내 삶과 내 감정에서만 만들어진다.
글은 결국 ‘살아온 방식의 총합’이다.
내가 본 풍경,
내가 들은 말,
내가 견뎌낸 시간들이 쌓여
문체가 된다.
글이 나답다는 건,
내가 더 이상 숨지 않고
내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는 뜻이다.
작가로 산다는 건,
그 목소리를 믿는 일이다.
나는 이제 글을 쓸 때 이렇게 묻는다.
이 문장은 내 목소리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에코인가.
타인의 시선보다 내 마음의 리듬에 귀 기울인다.
문장을 다듬기보다 ‘진심의 결’을 살피는 일.
그게 작가로서의 성숙이라고 믿는다.
글로 나를 소개하는 법은 어렵지 않다.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말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자연히 알게 된다.
글에는 그 사람의 마음,
삶의 결,
그리고 존재의 향기가 배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