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나의 기록이 나를 구한다

by 봄울

힘든 날이 있다.

아무 말도 하기 싫고,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날.
그럴 때 나는 조용히 노트를 연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한 문장을 적는다.


“오늘도 버텼다.”


그 한 줄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글은 나의 신앙처럼 작동한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적는 순간 믿음이 생긴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외로움 속에서도
펜 끝을 따라 단어가 이어지면,
그 문장들이 나를 구한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던 마음을
글로 옮기면,
그건 더 이상 ‘고통’이 아니라 ‘이야기’가 된다.


이야기가 된 슬픔은 나를 잡아먹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지탱한다.

삶이 무너지는 듯한 날에도
기록은 나를 붙잡는다.


울면서 쓴 글,
기도처럼 적은 문장들,
그 흔적들이 내 인생의 밧줄이 되어
다시 나를 끌어올린다.


글은 증거다.
내가 얼마나 견뎌왔는지,
어디까지 왔는지,
그 모든 걸 보여주는 증거.

시간이 지나 예전의 글을 다시 읽으면,

그때의 내가 낯설다.


“이렇게 힘들었구나.”


그 한마디로 그 시절의 나를 위로한다.
그때 썼던 글이 있었기에
나는 그 시간을 잊지 않고,
또 그 시간을 넘어설 수 있었다.


글은 나를 구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던 날들,
믿음조차 흔들리던 순간들 속에서

나는 글을 통해 하나님께,

나에게, 세상에게 말했다.


“나는 아직 여기 있습니다.”

이제 나는 안다.
글을 쓴다는 건
나를 구하는 일이라는 걸.


기록은 희망의 씨앗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 씨앗은
누군가의 마음에서 다시 피어난다.

오늘도 나는 적는다.


“오늘도 버텼다.”
그 한 줄이면 충분하다.
그 한 줄이, 나를 구한다.

목,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