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작은 친절의 은혜 ― 낯선 땅에서 배운 사랑
지쳐 앉아 있던 내 앞에서 한 남자가 일어섰다.
자리를 양보해 주며 손짓으로 앉으라는 표시를 했다.
당황스러웠다.
그는 나를 불쌍하게 본 게 아니었다.
그건 요르단 사람들의 문화였다.
여성과 약자를 존중하는 자연스러운 습관.
그 일은 내게 낯설었지만, 묘하게 따뜻했다.
빵을 사러 갔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시장에 줄을 서 있었더니,
뒤에 있던 남자가 손짓으로 나를 앞으로 부르며 말했다.
“여자들은 따로 줄을 서지 않아도 돼요.”
내 눈에는 새치기 같았지만,
그들의 눈에는 ‘배려’였다.
그건 ‘먼저 가라’는 의미가 아니라
‘당신은 보호받을 사람이다’라는 뜻이었다.
그 순간, 나는 한국에서 배웠던 ‘질서’보다
그들의 ‘존중’이 더 크게 느껴졌다.
함께 일하던 현지 가이드들과 운전기사들은
늘 차 한 잔을 건네며 말했다.
“이건 내가 살게요.”
그들에게 샤이 한 잔은 일상의 인사이자
친구의 표시였다.
차 한 잔 안에는 그들의 정이 담겨 있었다.
매달 월세를 낼 때면
집주인은 항상 커피잔을 가득 채워 내게 건넸다.
그 커피 향은 집세를 내는 긴장감을 누그러뜨렸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그 작은 행위 속에서 나는 ‘환영받는 존재’ 임을 느꼈다.
난민 가정을 방문했을 때의 일도 잊을 수 없다.
그들은 내가 외국인 방문객이라며
비싸서 평소엔 잘 마시지 못한다는 콜라를 내왔다.
종이컵에 거품이 올라오는 그 음료를 보며
나는 마음이 먹먹해졌다.
그들의 나눔은 가진 것에서 흘러나오는 게 아니라,
사랑의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이곳 사람들은 베푸는 것이 몸에 밴 사람들이구나.”
내가 한국에서 들었던 ‘테러리스트’, ‘열사의 땅’이라는 단어들은
그들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들은 가난했지만 관대했고,
힘들었지만 서로를 배려했다.
그들의 미소 속엔 평화가 있었다.
요르단에서의 작은 친절들은
내 마음에 큰 울림을 남겼다.
그 친절은 언어를 초월했고,
신분과 종교를 넘어섰다.
그들은 나를 낯선 땅의 손님으로 대하지 않고,
그저 ‘사람’으로 맞아주었다.
하나님은 그들의 손끝에서
나를 위로하셨다.
커피 한 잔, 자리를 양보하는 손짓,
콜라 한 잔의 나눔이
모두 그분의 손길이었다.
나는 그 땅에서 배웠다.
사랑은 말보다 행동이 먼저 도착하는 것이라는 걸.
그리고 그 작은 친절이
하나님이 지금도 세상 속에서 일하고 계심을
조용히 증언하고 있었다.
“그들은 가난했지만 관대했고,
힘들었지만 서로를 배려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작은 친절이야말로
하나님이 세상에 남겨두신 가장 큰 언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