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화났다
아들의 삐짐, 그리고 성장의 흔적
오늘 아침, 작은 사건 하나로 집 안이 잠시 소란스러워졌다.
첫째가 화장실을 사용하던 중,
둘째가 갑자기 문을 열어버린 것이다.
그 순간 문에 발을 찧은 첫째는 너무 놀랐고 너무 아파서, 볼일을 마치고 나오자마자 그대로 동생에게 화를 내며 한 대 치고 말았다.
엄마와 할머니는 단순히 ‘동생을 때렸다’는 이유만 보고 첫째를 야단쳤다.
그러자 아이는 발을 부딪혀 속상했다고 말했다.
아… 그러니까 아이는 아파서 화가 났던 거였다.
아이의 속상함을 이해하고 달래주려던 찰나,
첫째는 동생이 이미 옷을 다 입어버린 모습을 보더니 다시 화가 치밀었다.
‘지는 것’을 유난히 싫어하는 아이.
오늘도 마음속 승부욕이 불꽃처럼 일어났다.
“동생은 아직 양말을 안 신었어. 얼른 옷 입어.”
그리고는 삐죽거리는 입술로 선언했다.
“엄마랑, 율이랑 같이 안 잘 거야!”
그렇게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는데,
10분쯤 지났을까.
문이 살짝 열리더니 툭— 작은 발걸음이 들렸다.
“엄마… 제가 죄송해요. 엄마랑 잘게요…”
사과할 줄 아는 아이.
감정 조절은 아직 서툴지만,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따뜻한 아이.
그 순간, 아들이 조금 더 자란 것 같아 나는 괜히 울컥했다.
아들과 운동, 그리고 또 다른 ‘성장’
며칠 전, 잠들기 전 아이에게 말했다.
“우리 10분만 같이 운동하자.”
“엄마 나 힘들어…”
투덜거리면서도 아이는 내 옆에서 열심히 동작을 따라 했다.
자세를 교정해주고 싶었지만, 나도 빨리 10분을 끝내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냥 화면에 맞춰 함께 동작을 이어갔다.
“엄마, 이거 언제 끝나는 거야?”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지나가지 않자 아이도 나도 점점 지쳤다.
그래서 영상 길이를 다시 눌러보니… 28분!
10분 영상이 아니었다.
결국 우리는 17분 지점에서 멈췄다.
힘들고 땀도 났지만, 그날 이후 아이가 한 말이 귀여웠다.
“엄마, 우리 내일부터 같이 운동하자. 같이 살 빼자.”
그 다짐은 아직 매일 지켜지진 않지만,
첫째는 아빠와 윗몸일으키기는 가끔 한다.
그럴 때마다 감탄한다.
“내가 이걸 하게 되다니…”
배에 힘을 주는 동작이 어려워서 울기도 했지만
울다 다시 해보고,
넘어지다 또 올라오고,
그러면서 아이는 조금씩 ‘스스로 일어나는 법’을 배우는 것 같다.
몸을 단련하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을 단련하는 시간이 되는 것처럼.
오늘도 조금 울고, 조금 삐지고, 조금 더 자라는 우리 아이.
그 과정을 매일 곁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
그게 부모인 나에게는 가장 큰 선물이다.
아들의 영적인 질문
가끔 아이는 예상 밖의 질문을 던진다.
“엄마! 성령님은 우리 마음속을 지키고 계시나?”
순간 놀라다가도 나는 대답한다.
“그럼, 우리 아들 마음속에 계시지.”
그렇게 깊은 이야기를 하다가,
잠들기 전에는 또 무서운 꿈이 나올까 봐 거실 불을 켜달라고 한다.
그리고 기도한다.
“하나님, 오늘 제 꿈도 지켜주세요…”
기도를 마치고 나면 어느새 조용히 스르르 잠이 든다.
어른 같은 질문을 하고 다시 아이가 되는 모습이
이 나이에만 볼 수 있는 선물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