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이 느린 남매 육아일지

휴대폰이 그렇게 좋았던 아침

by 봄울

둘째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태블릿이나 휴대폰을 찾는다.
며칠 전 아침, 미처 숨기지 못한 휴대폰을 아이에게 들켜버렸다. 이미 아이 손에 쥐어진 휴대폰을 조심스레 빼앗아 다시 숨기고, 우리는 아침을 먹으러 할머니 방으로 갔다.

그때 둘째는 할머니 앞에서 떼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의 눈을 보며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네가 먼저 발견했다고 해서 휴대폰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야. 아침엔 밥을 먹고, 씻고, 옷을 입고 유치원에 갈 준비를 해야 해.”

같은 말을 두 번, 천천히 반복했다.
둘째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돌렸다. 삐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나는 두 팔을 벌려 아이를 향해 손짓했다.
잠시 망설이던 둘째는 결국 내 품으로 와 안겼다. 작은 등을 토닥이며 조심스레 물었다.

“휴대폰이 그렇게 좋아?”

그러자 아이는 돌고래 소리처럼 맑고 높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구래.”

그 한마디가 너무도 또렷하게 들려왔다.


“뭐라고? 그래? 그래??”


신기한 마음에 몇 번이고 되물었지만, 아이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그 짧은 대답 하나가 내게는 선물처럼 느껴졌으니까.


사실 나는 둘째와 언젠가 독서토론을 하는 꿈을 자주 꾼다.

책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장면.

오늘 그 “구래”라는 한마디가, 마치 그 미래를 향한 작은 신호처럼 느껴졌다. 아직은 멀어 보여도, 햇살처럼 희망이 내 마음 어딘가를 조용히 비춰주었다.


그래서 기뻤다.

아주 작고, 짧은 말이었지만

그날 아침만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우리 둘 사이에 작은 다리가 하나 놓였다는 것을.


그 이후로 둘째는 아침마다 기침과 콧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아빠와 할머니가 있는 자리에서 조용히 말했다.


“아파…”


그 말이 유난히 마음에 남았다.

아프다고 표현해 준 것, 자신의 상태를 나에게 알려준 것.

그게 그렇게 기특하고 고마웠다. 말하지 못해 답답했을 마음 대신, 이렇게 자기 느낌을 알려줄 수 있다는 사실이.


나는 아이의 이마에 손을 얹으며 생각했다.

이 작은 말들이 모여, 이 아이의 세상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는 걸.

그리고 나는 그 곁에서 천천히, 끝까지 함께 걸어가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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