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응답이 없어도 이 길은 이미 시작되었다.
사람을 기다리는 글을 쓰고 나면
괜히 마음이 바빠진다.
휴대폰을 자주 보게 되고,
댓글 알림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아무 변화가 없으면
괜히 내가 너무 앞서간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만약 아무도 오지 않는다면,
이 일은 의미가 없는 걸까?”
잠시 생각해 보니
답은 의외로 분명했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이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이미 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예전보다
나를 더 응원하게 되었고,
내 마음을 더 솔직하게 들여다보게 되었고,
도움을 요청하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되었다.
응원키트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응원하는 사람으로서의 나는
이미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글을 읽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도
분명히
마음이 조금 움직인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것.
댓글을 달지 않아도,
메시지를 보내지 않아도,
“아, 이런 방식의 응원도 있구나” 하고
혼자 생각해 본 사람이 있다면
그걸로 이 연재는 이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응원은
항상 눈에 보이는 응답으로만
돌아오지 않는다.
때로는
누군가의 하루 한가운데에서
아무 소리 없이 작동한다.
그래서 나는
응답의 크기로
이 일을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사람이 바로 나타나지 않아도,
지금은 조용해 보여도,
이 길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기로 했다.
기다림은 멈춤이 아니라
방향을 유지하는 일이다.
나는 오늘도
이 응원키트를 상상하고,
함께할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고,
이 일이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불을 켤 수 있기를 바란다.
그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 길은 계속된다.
그리고 언젠가
아주 자연스럽게,
“저요” 하고 손을 드는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그때를 위해
나는 오늘도
조용히 이 자리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