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자리를 비워두는 용기
설레기도 하고,
조금은 두렵기도 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까 봐
괜히 화면을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된다.
사실, 자리를 비워둔다는 건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하다.
누군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함께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아예 자리를 만들지 않거나,
혼자서 다 해보려 하거나,
마음을 닫아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는
다르게 해보고 싶었다.
정확히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 말했고,
그 자리를 구체적으로 비워두었고,
“여기, 당신이 올 수 있어요”라고
조심스럽게 표지판을 세워두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프로젝트는 이미
혼자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고 느낀다.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혹은 이미 누군가는
마음을 흔들리며
이 글을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모든 가능성을
같이 품어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응원이라는 건
항상 즉각적인 반응으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닿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마음이 준비되기까지
여백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자리를 비워둔다.
디자이너의 자리,
문장을 다루는 사람의 자리,
현실을 연결해줄 사람의 자리,
정리를 맡아줄 사람의 자리,
그리고
함께 고민해줄 사람의 자리.
그 자리는
지금은 비어 있지만,
비어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된다.
나는 이 응원키트를
서두르지 않고 만들고 싶다.
사람을 채우기 위해
아무나 부르고 싶지도 않다.
이 일의 속도는
사람의 속도여야 하니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조용히 문을 열어둔다.
“괜찮아요.
천천히 와도 돼요.
여기는 아직 비어 있어요.”
bomuu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