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상처는 마음 안의 ‘사전(辭典)’을 바꾼다
같은 말을 들어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들리고,
비슷한 상황을 마주해도
전혀 다른 감정이 올라온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상처는 마음 안에 있는 ‘사전’을 조용히 바꿔놓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괜찮아?”라는 말이
그냥 따뜻한 인사로 들렸다면,
상처 이후에는
“너는 약해 보인다”라는 의미처럼 느껴진다.
예전에는
누군가의 침묵이
존중처럼 보였다면,
이제는
“날 멀리하려나?”라는 불안이 함께 따라온다.
왜일까?
상처는
마음이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
즉 ‘뜻을 부여하는 구조’를 바꿔놓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사전으로 세상을 읽는다.
그러나 큰 상처를 겪고 나면
그 사전의 일부 페이지가
찢기거나, 흔들리거나,
다른 언어로 덧칠되기도 한다.
예전의 나에게는
“기다려”가
단순한 부탁이었다면,
상처 이후의 나에게는
‘버림’의 예고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예전에는
“괜찮아 보이네”가
칭찬이었지만,
지금은
‘내 고통을 보지 못하는구나’라는 실망이 섞일 수도 있다.
이 변화는
잘못된 것도, 이상한 것도 아니다.
상처를 지나온 마음은
세상을 더 조심스럽게,
더 예민하게 읽는 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이 있다.
상처가 사전을 바꿔놓았지만,
그 사전을 다시 쓰는 힘 역시 나에게 있다.
처음에는
모든 단어가 아프게 들리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단어에 새로운 뜻을 붙여갈 수 있다.
상처가 준 해석만을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다시
단어들을 재정의하고,
뜻을 회복시키고,
세상을 새롭게 읽는 힘을 배우게 된다.
상처는
사전을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사전을 다시 쓰는 경험을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