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아이비리그를 견디는 사람

8화. 상처는 세상을 다시 보여주는 창을 만든다

by 봄울

큰 상처를 지나고 나면
세상이 예전과 다르게 보인다.


같은 거리, 같은 나무, 같은 사람들인데도
마치 색감이 약간 바뀐 필터를 씌운 것처럼
다르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일들이
갑자기 마음 깊은 곳을 울리고,
아무 의미 없던 말이
어떤 날에는 크게 위로가 되고,
어떤 날에는 이유 없이 마음을 찢어놓는다.


그렇다고 당신이 예민해진 것도,
세상이 갑자기 나빠진 것도 아니다.

상처는
세계와 나 사이에 새로운 ‘창’을 만든다.



이 창은
투명할 때도 있고,
흐릴 때도 있고,
때로는 빛을 너무 강하게 통과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형태이든
그 창은 ‘나를 보호하기 위한 기억’에서 만들어진다.

상처 이후의 세계가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당신이 약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당신의 마음이 더 많은 것을
감지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작은 배려가
예전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것도,
무심한 말이
예전보다 더 아프게 꽂히는 것도,
모두 당신의 마음이
세상의 온도와 구조를 훨씬 더 세밀하게 읽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상처는
세상 자체를 바꾸지 않는다.
다만
세상을 바라보는 ‘민감도’를 바꿀 뿐이다.


그리고 그 민감도는
당신을 더 약하게도 만들지만,
동시에
더 깊게 만들고,
더 인간답게 만들고,

더 사람을 사람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든다.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세상은
망가진 세상이 아니라,

당신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세상이다.


상처가 만든 창은
처음엔 흐리고 아프지만,
언젠가
그 창을 통해
빛이 더 선명하게 들어오는 날이 온다.


그리고 그때,
당신은 깨닫게 된다.


이 변화는
나를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나를 더 넓은 사람으로 만든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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